이 말은 2013년 3월22일 금요일에서 24일 일요일까지 2박 3일 동안 경주 보문단지에서 개최된 경주민화포럼의 종합토론 때 나온 일본 동지사대학 기시 후미카즈 교수의 발언이었다. 경주민화포럼 첫날에는 민화의 스토리와 이미지라는 주제로 3인의 발표가 진행되었고 둘째 날에는 민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역시 3인의 발표가 있었다.
특히 기시 교수의 우키요에(浮世繪)에 대한 발표와 뉴욕대학의 케빈 머피 교수의 Folk Art에 대한 발표는 이 방면 연구자들의 시야를 확장시켜 주었다. 발표 후에 개최된 종합토론에는 발표자 전원과 여러 회화사 연구자들에 의한 장장 3시간이 넘는 토론회가 열띤 분위기아래 개최되었다.
‘그림으로 본 삼국지의 세계’라는 발표를 한 나 역시 토론회에 참여하였다. 학회에 참가한 경험을 이렇게 길게 나열하는 이유는 민화라는 그림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애정이 매우 독특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민화에의 열광은 대단히 한국적 현상이다.
우리의 민화에 해당되는 중국의 연화(年畵)는 이미 중국에서 관심이 없어져 현대에는 거의 제작되지 않고 있고 국가의 정책적 후원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역시 우리의 민화에 비견되는 일본의 우키요에 역시 현대 작가에 의한 창작은 찾아보기 힘든 과거의 유산이 된지 오래이다. 이에 비해 이번 경주민화포럼에는 민화 작가들의 수효만 해도 수백 명이 넘었고 이들은 학회의 전 일정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등 열띤 모습을 보였다.
민화는 다채로운 색감과 분방한 상상력이 발휘되는 그림이기에 고답적인 느낌을 주는 수묵화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친밀성이 있지만 ‘민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화라는 용어 자체도 일본의 철학자이자 미술이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의 정의에 따른 것이다. 야나기는 민중적 수공예로서 민예(民藝)라는 개념을 제시하였고 아울러 민중의 그림이라는 의미에서 민화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그러나 민화가 민중에 의해 제작되고 민중이 향유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고 기법적으로 볼 때 채색화를 민화, 수묵화를 일반회화로 나누는 이분법적 구분 역시 무리가 있다. 따라서 민화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가가 이번 포럼 토론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민화라는 단어에 대한 입장을 한 사람씩 언급하는 와중에 기시 교수의 “행복화라 부릅시다”라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정색하고 생각해보니 민화에 그려진 세계야말로 행복이라는 단어로 집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었다. 민화가 추구한 것이 행복 그것도 개인의 행복인데, 개인의 행복이야말로 우리가 교회든 절이든 가서 기도하고 절할 때면 추구하는 최상의 목표가 아닌가 싶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1차원적 행복 추구가 우리의 이상이 아니었던가.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라는 생각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러분! 부자되세요!”라는 적나라한 표현을 지상파에서 쓰면서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행복화’라는 기발한 신조어야 말로 성공과 행복에 집착하는 우리의 생각과 현실이 외부 연구자의 눈에 선명하게 보인 예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김 상 엽 건국대 연구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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