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화력발전소 설계기술을 민간업체에 유출한 공기업 직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대는 22일 한국전력기술 영흥화력 발전소 3ㆍ4호기 설계기술 자료를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한국남동발전 공사관리팀장 P씨(45)와 W사 설계팀장 J씨(49)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를 한국남동발전이 발주한 5ㆍ6호기 화력 발전소 설계용역 입찰설명서 작성 및 설계용역 수행에 사용한 H사 상무이사 Y씨(61) 등 6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더불어 경찰은 양벌기준에 따라 기술 유출 및 사용 등 혐의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한국남동발전, H사, W사 등 3개 법인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한국전력기술은 국내 원자력 및 화력 발전소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공기업이며, 한국남동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이다.
경찰에 따르면 P씨 등 5명은 지난 2009년 8월 5ㆍ6호기 화력 발전소 설계용역을 한국남동발전과 수의계약(468억원)한 H사에 한국전력기술의 3ㆍ4호기 화력발전소 설계기술 자료를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한국남동발전은 5ㆍ6호기 설계용역 공개입찰에 1∼4호기를 설계한 한국전력기술이 낮은 용역 단가 등 이유로 참여하지 않자 870㎽급 화력발전소 설계 경험이 없는 H사와 수의계약을 하고 유사한 방식의 발전소 설계도면 기밀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영흥화력 발전소 1ㆍ2호기(1994∼2004년ㆍ각 800㎽급)와 3ㆍ4호기(2004∼2008년ㆍ각 870㎽급) 설계용역은 한국전력기술이 각각 712억원, 415억원에 수행했다.
영흥화력 발전소 3ㆍ4호기 전기설비 하도급업체인 W사 설계팀장 J씨는 지난 2009년 8월 5ㆍ6호기 전기설비 하도급업체로 다시 선정되자 보관해오던 한국전력기술의 3ㆍ4호기 전기설비 자료를 5ㆍ6호기 설계용역을 맡은 H사에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발전소 5ㆍ6호기 설계용역사업 총괄담당자 Y씨 등 H사 임직원 6명은 한국남동발전이 제시한 설계용역비 468억원으로는 용역 수행이 불가능한데도 한국남동발전으로부터 3ㆍ4호기 기술자료를 받는 ‘카피 플랜트’ 조건으로 용역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한국전력기술의 3ㆍ4호기 설계기술을 부정 사용해 H사가 설계한 5ㆍ6호기는 현재 80% 이상 공기가 진행돼 오는 2015년 3월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영흥화력 발전소 5∼6호기 설계용역비는 1∼4호기 설계용역 전례에 비춰볼 때 800억 원대에 달하는 사업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국남동발전은 원가 절감을 이유로 단가를 대폭 낮춰 민간업체에 수의계약을 한 뒤 필요한 기밀을 이 업체에 넘겨 용역수행을 돕는 등 발주처와 수주업체가 ‘윈윈’하는 방식으로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전력기술의 3ㆍ4호기 발전소 설계기술 자료를 멋대로 유출하고 사용한 만큼 이번 사건에 연루된 3개사는 5ㆍ6호기 발전소 가동에 앞서 한국전력기술과 별도의 사용 협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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