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원 철수에 입주기업은 초상집

문닫힌 개성공단… “기업 잃고 빚더미 현실로”

S건설사, 70억규모 공장 착공 한달만에 철수 등

직장 잃은 근로자들 부양가족까지 피해 눈덩이

입주기업 “참담ㆍ허탈… 장비 부자재 등 절도 우려”

“입주업체 전체가 초상집입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겁니다.”

설마설마했던 개성공단 내 잔류인원 전원에 대한 철수 조치가 이뤄진 지난 27일 파주 남북출입국관리소(CIQ)는 긴장과 초조, 안도와 우려가 뒤섞인 모습이었다.

이날 CIQ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들은 입경 시간이 수 시간 지연된 끝에 우리 측 직원 126명이 무사 귀환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개성공단이 사실상 파행함에 따라 극심한 우려를 나타냈다.

M 봉제업체 관계자 P씨(54)는 “어젯밤 전원 철수 조치에 대해 알게 되면서 대책토의도 하지 못한 채 뒷걸음질치게 됐다”며 “최악의 경우 직장을 잃게 될 남측 근로자는 수백 명이지만 부양가족까지 생각하면 피해규모는 어마어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H 의류업체 대표 박윤규씨(61)는 연평도 사태에도 원활히 운행됐던 개성공단에서 우리 측 근로자가 전원 철수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박씨는 “개성공단이 세워질 당시 정부에서 홍보를 많이 했고 이에 남측 우수 업체가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주했다”며 “걸음마 단계에서 교육해 북측 근로자가 이제야 자리 잡았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위기가 닥칠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에 설비ㆍ건축비로 투자한 금액만 50억원이며 현재 100억원 상당의 원부자재가 공단에 고스란히 남은 상황으로 피해가 극심하다”며 “당장 만들어진 완제품이라도 갖고 올 수 있게끔 대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 건설사 관계자 조경상씨(63)도 “70억원 규모의 공장을 착공한 지 한 달도 안 돼 쫓겨나듯 나온데다 가까스로 따낸 공사 계약도 물거품이 됐다”며 “남측 근로자가 없어 장비와 부자재에 대한 절도도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피해는 말도 못한다”고 혀를 찼다.

조씨는 “개성공단이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되지 않으면 정부만 믿고 따라온 수백 명의 기업인이 거리로 나앉을 판”이라며 정부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오후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 로비에서 입장을 발표하며 △개성공단에 있는 거래처 소유의 제품과 원부자재 보호 대책 △남북 당국 간 대화지속 추진 △입주기업 재기를 위한 실질적 피해 보전대책 △오는 30일 방북 허가 등 4가지 요구 사항을 정부에 건의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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