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에선 '고리스크'로 퇴출위기 '대조'
은행들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일수 대출’같이 예전에는 돈이 안된다며 외면했던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대출 원리금을 하루 단위로 매일 갚아나가는 ‘일수 대출’ 상품으로 영세 자영업자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외환은행의 ‘매일매일 부자대출’은 지난달 7일 기준 2천805건, 1천27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자영업자는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고, 은행은 매일 대출을 회수할 수 있어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연체 우려를 덜 수 있다. 시장 상인들이 애용하던 일수 대출방식이 은행의 틈새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제2금융권에서도 일수대출 상품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친애저축은행의 전신인 미래저축은행이 영세 자영업자 대상으로 일수대출 영업으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지역경제 발전을 추구한다는 저축은행의 본래 취지와 부합하고, 당장 급전이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목돈은 없지만 매일매일 벌어들이는 자금이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시간이 꽤 소요되는 신용대출보다 일수대출이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았다.
미래저축은행뿐 아니라 여러 저축은행들도 일수대출을 실시했다. 그러나 최근 일수대출은 은행권에서는 틈새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반면, 제2금융권에서는 ‘고리스크’상품으로 분석돼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새마을금고·신협 등의 상호금융에서는 일수대출 취급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일수대출로 재미를 봤던 친애저축은행마저 신규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일수대출 시장 1인자였던 과거의 영광이 무색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틈새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은행권과 달리, 제2금융권에서는 일수대출이 찬밥신세인 셈이다.
현재 새마을금고 측은 일수대출에 대해 ‘니즈는 분명하지만, 이미지 타격을 고려해 니즈를 초과하는 여신을 운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총여신 중에서 미세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수대출을 더 줄여나가겠다는 얘기다.
이어 “현재 상호금융에 대한 금융권의 시선이 좋지 않아 일수대출 등 고리스크 상품 취급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 지원 차원에서 꼭 필요한 니즈만을 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제 2 금융권에선 퇴조 상품인 ‘일수 대출’이 은행 틈새 상품으로 둔갑해 잘 팔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은행들의 수익성 약화로 이를 메울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조창용 기자 creator20@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