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자 시집 ‘탐하다’ 출간

거꾸로 이름을 읽으면 ‘자수정’이 되는 정수자 시인. 이름 속 숨겨져 있는 보석처럼 시인이 홀로 가슴앓이하며 키워왔을 슬프도록 아름다운 시어가 쏟아진다.

최근 시조의 현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정수자(58ㆍ사진) 시조시인이 시집 ‘탐하다’(서정시학 刊)를 내놓았다.

이번 시집은 사회의 지치고 외로운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하고 아릿한, 그리고 작가적 깊은 시선이 유난히 돋보인다.

신작 ‘겨울 효원공원’은 지난 겨울 어느 날 수원 중심가에 위치한 공원에서 사회복지단체가 나눠주는 무료 급식을 배식받아 먹는 한 노숙자의 모습에서 시적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은 지나쳤을 광경을 측은해하면서도 시인 특유의 시선으로 포착해 ‘어머니 상像 슬하를 굳이 털고 좌정터니’와 ‘몸뚱이는 이제부터 바람의 만찬’과 같은 시구를 탄생시켰다.

시인은 또 평택항과 중국 위해항을 오가는 배 위의 노숙 보따리상인 선숙자(船宿者)를 다룬 ‘땅멀미’를 비롯해 “시급 사천 알바”를 내세운 ‘개뿔 청춘’, 맹인의 명함을 계기로 자아성찰을 담은 ‘점자 명함’ 등 이 사회의 다양한 소외계층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또 시인으로서 “기와 색을 탐하는” 창작 과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미술 현장에서 마주한 크로키 누드 모델을 묘사하고, 캄보디아와 전북 익산처럼 여행지에서의 길어올린 감성을 풀어냈다.

이와 관련 장경렬 서울대 교수는 서평에서 “정수자 시인의 시 세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선명하고 강렬한 시적 이미지였고, 또한 언제나 우리네 삶의 현장에 머물러 있는 시인의 마음”이라고 밝혔다.

정 시인은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도 죽은 시인’이라는 네루다의 말을 가끔 생각한다”며 “진정한 리얼리스트는 못 되고 작품도 못 미치지만 시조를 현대시로서 당대 삶의 노래이자 한국 미학의 한 정수로 세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용인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1984년 세종대왕숭모제전 전국시조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등단한 이후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원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값 9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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