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중소형 전문건설 장인정신과 일류 건축문화

매년 봄이면 세계 건축계는 올해의 프리츠커상에 관심이 집중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동양에서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왔다. 초고층 건축의 산실이며, 미국 근대 건축을 주도한 도시인 시카고에서 하얏트재단을 설립한 부부가 이 상을 제정했다. 건축가들의 최고 영예의 상으로 건축노벨상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1979년 시작해 현재 34년째다. 이 상을 수상한 건축가들 중 미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가 현재까지 8명, 일본인이 6명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가는 5명, 그 외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포르투갈, 브라질, 멕시코 등의 건축가들이 국가별로 각 1명 정도로 수상하였다. 작년에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수상하였고, 올해는 일본 건축가 토요 이토가 수상하게 됐다.

2010년에 일본의 중견건축가 2명이 공동수상했고, 수상을 기대해 볼 만한 많은 저명 건축가들 중에서도 올해 또 다시 일본 원로건축가가 선정된 것을 보면 국가를 돌아가는 외교성을 띈 상은 아닌 것 같다. 건축가의 작품철학과 구체화된 건물로의 실현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인류와 환경에 대한 건축적 개념과 완공된 건축물에 대한 총체적 평가이다. 이런 점은 올해 수상자의 인터뷰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토요 이토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축설계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일본의 장인정신으로 돌렸다. 설계를 하고 나면 건축가의 의도를 잘 표현하고 잘 시공하겠다는 장인들이 일본에는 많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로 말하고 있다.

일본을 여행하면서 보도블록 시공부터 길거리 소규모 일반건축물 시공의 정교함이 우리와는 다름을 항상 느끼고 감탄해 왔다. 우리나라 건축 시공의 거칠음은 작은 공사 현장에서는 더욱 현격하게 나타난다.

대규모 공사는 관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준비되어 크게 다를 봐 없지만, 소규모 공사현장에서는 차이가 크다. 작은 공사 현장에서도 일본 기술자들이 일하고 난 흔적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우리나라 중소규모 시공현장은 기술자들이 일하고 난 흔적은 어수선하다. 누군가가 다시 정리하고 치워야 한다. 아마도 건축시공 기술자들의 직업의식과 끝마무리에 대한 생각의 차이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하이테크건물 시공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2004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쌍둥이 건물 페트로나스타워 시공을 우리나라 건설회사와 일본 건설회사가 각각 1동씩 맡았다. 1998년 이 건물 준공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대규모 첨단건물의 건설기술력은 일본과 대등하게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이후 우리 대형 건설사들은 세계 곳곳 첨단건물의 시공으로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국내 중소규모 건축 시공기술은 열악하다. 설계의 디테일이 시공의 거칠음으로 디자인이 돋보이지 않는 경우가 흔히 일어나고, 도면대로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해결하여 마무리할 수 있도록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진 기술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건설현장의 시공기술은 3D 직업으로 인식되어 기피 일자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래서 기술전수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일류건축물은 모두 일류 장인들의 손에서 태어났다. 장인을 따라다니며 현장에서 전수된 기술은 그 나라, 그 지역의 건축문화를 빛내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 건축문화가 세계 일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소규모 전문 시공기술자들의 직업의식과 기술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아가서는 국내 건설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대형건설사와 함께 경쟁력을 갖춘 중소 전문시공기술이 해외에 진출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김 혜 정 명지대학교 교수 한국여성건설인協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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