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만세운동 도화선 독립의 외침
때는 바야흐로 1919년 3월 24일. 부천군 계양면(현재 계양구) 주민 600여 명은 오후 2시 장기리 황어장터에 모였다.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품속에 고이 숨겨놓았던 태극기를 일제히 꺼내 흔들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 순사들은 총과 칼로 무장한 채 만세운동을 하고 있는 주민들의 앞을 막아섰다. 욕설과 협박으로, 또 폭력과 위협으로 일본 순사들은 주동자를 끊임없이 찾았다. 결국 만세운동 주동자 심혁성 애국지사가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심혁성 애국지사가 잡힌 이후에도 주민들의 만세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주민들은 심혁성 탈환운동을 연이어 전개했고, 이 과정에서 이은선 애국지사는 일제가 휘두른 칼에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이담, 최성옥, 전원순, 이공우 등 애국지사들은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한편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격분한 주민 100여 명은 친일세력의 집을 부수고, 자신들을 탄압하던 면사무소도 파괴해 친일기관을 응징했다.
인천지역 만세운동의 도화선. 강서지방 최대 규모의 만세운동. 황어장터 만세운동은 이렇게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함성과 함께 역사의 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의 외침이 살아 숨쉬는 그 곳. 바로 황어장터가 있던 인천시 계양구에 나라 사랑하는 마음의 산 교육장인 황어장터 3·1만세운동기념관이 자리 잡았다.
만세운동 거점지 ‘황어장터’… 2009년 기념관 개관
‘잉어의 산지’라 그 이름이 붙여진 황어장터는 조선시대부터 잡화 및 곡물뿐만 아니라 1일 200여 두의 거래가 이뤄진 소시장으로 이름난 5일장이다.
1910년대에는 확장돼 1일 소 거래량이 500~600두에 이르렀고, 이용주민이 1천명에 달하는 인천지역의 대표적인 시장이었다.
더욱이 이곳은 지난 1919년 3월 24일 장날을 이용해 모인 수백명의 주민들이 만세운동을 일으킨 인천지역의 대표적 만세운동 거점지이며, 강서지방 최초의 만세운동 지역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만세운동 당시의 황어장터 흔적은 찾을 수 없다. 황어장터가 있던 인천시 계양구 장기동 일대는 경인아라뱃길 등 각종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옛모습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황어장터 만세운동과 관련된 연구는 물론 관련 입증 사료 등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천시 계양구는 지난 2009년 6월 16일 2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면적 1천758.8㎡규모의 황어장터 3·1만세운동기념관을 개관했다.
황어장터 만세운동을 인천시민과 국민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계양구의 역사적 전통성을 확인하고자 건립한 것이다.
또 일제에 항거해 목숨을 바쳐 의생한 애국지사 선대들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 후대에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민족의식을 고양하려고 추모 기념탑과 각종 조형물들을 광장 곳곳에 세웠다.
역사적 사료 한눈에…
인천시 계양구가 운영하는 황어장터 3·1만세운동기념관은 기념탑, 광장, 전시실, 수장고 등으로 구성됐다. 기념관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기념탑 명칭(작품명)은 표상(表象)이다. 황어장터 3·1만세운동을 기념하려고 구성한 높이 13.1m의 조형물로 수직의 긴장감과 웅장함, 수평의 평안함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측의 부조는 황어장터의 역사성과 3·1만세운동의 역정이 표현돼 있으며, 좌측의 태극기는 우리민족의 드높은 독립의지를 상징하고 있다.
또 수직의 탑신부는 민족의 기개와 미래를 향해 끝없이 뻗어 나가는 의지를 우측의 날개에 양각해 역동적으로 표출했다. 전면부에 청동상을 위치시켜 3·1운동의 현장감과 긴장감, 민족독립의지를 힘찬 역동감으로 보여주고 있다.
광장은 모두 4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기념탑이 설치된 곳의 추념의 장은 황어장터 3·1만세운동을 기리는 장이고, 그 앞의 둥근 원으로 구성된 공유의 장은 감상과 추념 그리고 행사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벤치와 연못이 설치된 휴식의 장은 구민의 휴식은 물론 추념과 공유의 장을 보호하려고 만들어진 장이다.
특히 황어(잉어)를 재구성한 조형물이 설치돼 황어장터 명칭의 유래를 관람객에게 인지시켜주고 있다. 전시실이 있는 설치된 고증의 장은 황어장터 3·1만세운동 당시 애국지사와 황어장터에 유래된 고증물품을 보관, 전시하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시실은 4개의 면과 중앙전시대 등 5개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1면에는 독립선언서 원본 및 번역문 등이 전시돼 있으며, 2면에는 당시 계양지역 사진을 비롯해 만세운동을 주도한 심혁성 지사의 각종 기록들을 보관 중이다. 3면에는 애국지사들의 족보와 제적부, 4면에는 재판기록 및 공소기록 등이 전시돼 있다.
중앙전시대에는 만세운동 관련자들의 예심종결서를 찾아볼 수 있는 등 모두 14개의 역사적 사료들이 정리돼 있다.
관람안내------------
·개 관 일 : 휴관일을 제외하고 매일 개관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추석날
(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월요일은 개관하고 다음날 휴관)
·관람시간 : 오전 09:00~오후 18:00
·관 람 료 : 무료
글 _ 김민 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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