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은퇴자 “경비·생산직 자신없어”… 휘청거리는 인생 2막

[눈높이 낮추면 일자리 보인다] 3. 베이비부머의 눈물

재취업 안하고… 창업전선 뛰어들었다 줄폐업

사회공헌 일자리 발굴ㆍ경력 활용 취업알선 등 시급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일자리 문제가 가시화 되고 있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164만명에 달하면서 도내 인구의 14.2%에 해당한다. 이는 10년내에 164만명 이상이 고령화 구직시장으로 쏟아져나온다는 얘기로 이들을 안정적인 일자리로 정착시키지 못할 경우 사회 문제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노후 준비없이 은퇴를 맞게 된 베이비부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경기지역 베이비부머 자영업자는 지난 2011년 45.4%에서 지난해 56.6%로 10%p넘게 늘었다. 특히 이 중 84.5%가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하는 것으로 조사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퇴직 후 절박함이 그대로 반영됐다.

문제는 도내 자영업자의 3명 중 1명은 1년이 안돼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IT회사에서 20년 간 근무하다 3년 전 퇴직한 김모씨(부천ㆍ55)는 지금도 ‘컴퓨터 박사’라는 말을 들을만큼 컴퓨터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있다. 퇴직 후 관련 계통에서 계속 일하고 싶었지만, 쉰을 넘긴 나이로 이력서를 낼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마땅히 재취업할 곳을 찾지 못한 김씨는 부인과 함께 퇴직금을 털어 맥주 가게를 차렸지만 빚만 지다 결국 1년 반만에 폐업신고를 했다. 김씨는 “이 나이에 재취업 할 수 있는 곳은 경비직이나 단순 생산직인데 막상 하려니 자신이 없어 창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재취업 등을 하지않고 너도나도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이유는 이전 세대에 비해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장년층 등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자리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단순 노무직 일색인 알선 서비스로 교육 1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은 취업이 어려워 구직난을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경기지역 베이비부머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졸업이 59만7천198명으로 가장 많았다. 4년제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도 17만8천427명으로 전문대와 합칠 경우 24만8천375명에 육박해 높은 학력을 보유했다.

경기도 일자리센터 관계자는 “장년층의 재취업 일자리로는 대부분 생산직이나 서비스, 단순 노무 등이 많은데 대기업이나 전문직을 다니던 분들은 ‘앞으로 내가 30~40년 살아야 하는데, 이런 일자리를 가야겠냐’며 회피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특성화한 다양한 직업 연결 프로그램 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한만큼 노동 경쟁력이 높고 숙련된 수준을 자랑하지만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하다며 경력 내 이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고용정보원 박주희 박사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을 했다고 해서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자신들의 경력을 활용하고 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며 “사회공헌 일자리 발굴, 세대 특성과 경력에 맞춘 취업 알선 등을 통해 안정된 제2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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