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대행위 먼저 중지해야”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당분간 먼저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높아져 가면서 잠정폐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 10년간 건재했던 개성공단을 문제 삼고 나온 이유가 북미대화 재개를 비롯해 한반도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한 대북 소식통은 5일 “김정은이 개성공단에 조치를 취한 것은 미국과 협상을 위한 카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김정은과 김정일의 핵개발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 미국과 협상하려던 김정일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자 김정은이 자신의 핵 카드를 극대화, 미국과의 협상을 추진하려던 전략하에 개성공단을 걸고 넘어졌다고 이 소식통은 분석했다.
이런 의도는 북한의 공식 입장을 통해서도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개성공단의 운명은 남측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면서 “공단 정상화를 위해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먼저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북의 입장은 우리 측의 개성공단 전원철수가 이뤄지고 나서 나온 사실상 첫 공식 반응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일 “미국이 개성공업지구사업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실질적인 장본인, 진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해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첫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정상화는 시급하지만, 개성공단을 국면전환의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이상 파격적인 양보를 해가면서까지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은 ‘잠정중단’ 내지는 ‘잠정폐쇄’란 현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지난 3일 잔류하던 우리 측 7명 전원이 귀환함에 따라 개성공단은 가동 9년 만에 잠정 폐쇄됐다.
권혁준기자 kh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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