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호 칼럼] 어린이 수난시대

임병호 논설위원 社史편찬실장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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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속속 드러나는 어린이 학대 만행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운다고 입에 거즈손수건을 물리고, 우유를 제대로 먹지 않는다며 젖병 뚜껑을 열고 우유를 아이 입속에 쏟아부어 토하게 하는 등 두 살도 안 된 일곱명의 유아들에게 가혹행위를 일삼아 온 전직 어린이집 원장이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우유를 먹지 않거나 다른 원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며,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해도 경미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두살배기를 화장실에 가두고 때리는가하면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한 어린이집 교사가 입건되기도 했다.

며칠 전엔 어린이집에서 17개월짜리 어린이를 폭행한 보육교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보육교사는 17개월짜리 애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과 가슴을 손으로 때렸다. 피해 아이는 등에 시퍼런 멍이 들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17개월짜리가 이같은 폭행사실을 부모에게 말했을 리 없다.

어린이 학대는 사람 짓이 아니다

우연히 상처를 발견한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다. 어린 애가 앉은 상태에서 앞으로 엎어질 정도로 강하게 등을 맞았고, 엎어져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등을 맞았다. CCTV에 나타난 폭행장면이다. 하지만 보육교사는 “아이가 종일 울면서 징징거리는 것이 짜증나 때렸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말못하는 어린 애들이 폭행을 당하면서 느낀 공포감과 겁에 질린 눈동자를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고아들을 돌보는 50년 전통의 J아동양육시설에서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해온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곳 원장 P씨(51ㆍ여)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직원들을 시켜 나무ㆍ플라스틱 막대기나 빗자루로 처벌케 했다.

벌칙으로 생마늘과 그 매운 청양고추를 먹였다. 아이들은 밥을 늦게 먹거나 욕을 하다 적발되면 생마늘을 먹어야 했다. 한 아이는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먹다 토하면 토한 마늘까지 다시 먹으라고 해 울면서 토한 걸 주워 먹었다”고 진술했다.

아이들을 일종의 독방인 ‘타임아웃방’에 방치하기도 했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개월까지 이곳에 감금당한 아이들은 식사도 따로 하고 화장실 출입도 제한받았다. 온수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겨울에도 찬물로 씻어야 했고, 식사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밥을 먹지 못하기도 했다. “벌칙으로 식사 여섯 끼를 굶었다”거나 “밥을 늦게 먹었다고 냉동실에서 얼린 밥을 줬다”는 진술도 나왔다.

J아동양육시설은 50년 전 미국인 여성 선교사(77)가 설립한 곳으로 대부분 버림받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1천200여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벽안의 어머니’로 불리던 설립자는 2001년부터 각종 봉사상을 수상했고 지난달 23일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이 시설 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을 받을 때 마다 “버려진 아이들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소감을 밝혀 왔다. 주민들이 충격에 흽싸이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집ㆍ 보육원ㆍ아동양육시설 등에서 폭행ㆍ비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첫째로 운영자의 ‘인간성이 돼 먹지 않아서’이지만, 정부의 부실한 관리와 솜방망이 처벌 탓도 크다.

몇집 건너 어린이집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많지만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설령 문제가 생겨도 행정처분이나 불구속 입건에 그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운영자는 아동 학대 등의 이유로 폐쇄 명령을 받았더라도 1년만 지나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천벌 받아도 마땅한 어린이 학대범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동 폭력이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폭력이란 점에서 여성 폭력보다 가중처벌하는 경우가 많다. 폭행이나 비리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잘못하면 다시는 어린이 보육에 발을 들일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비단 어린이집 등 만이 아니다. 어린 친자녀를 때리고 내다 버리는 비정한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린이날’이 1년 365일이면 무얼 하는가. 어른들이 먼저 진정한 인간이 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社史편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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