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궂은일 마다않고 ‘몸에 밴 참봉사’

파주최초 1만시간 자원봉사 인증받은 김춘식씨

1만 시간. 파주시 최초로 자원봉사 인증을 받은 김춘식씨(66)를 상징하는 숫자다.

봉사를 삶의 지표로 삼고 매진해 온 김씨는 지난해 파주시자원봉사대회에서 의미 있는 상을 받았다. 바로 6만여 파주시 자원봉사자 중 최초로 1만 시간의 봉사시간 인증서를 교부받은 것.

420일 동안 하루 24시간을 꼬박 봉사에 매달려야 달성할 수 있는 1만 시간의 인증서는 인내와 희생정신을 동반하는 꿈의 시간을 말한다.

김씨의 자원봉사는 33년 전인 지난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던 당시 어려운 시절이라 동네에 좀도둑이 들끓고 자잘한 사건·사고가 많았다고.

관공서에 매달려 수동적인 치안시스템을 개선해야겠다고 맘먹은 김씨는 지인들과 모여 푼푼이 모은 돈으로 오토바이 3대를 구입, 연풍자율방범대를 창단했다. 지난 1985년 2대 방범대장을 맡은 김씨는 현재까지 총무직을 맡아 긴 세월을 주민자치 치안에 헌신해왔다.

또 20여 년 전 배운 도배기술로 매월 광탄면에 있는 장애인 시설인 ‘겨자씨 사랑의 집’을 찾아 목욕봉사와 도배, 청소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해 왔다.

수십 년간 이어온 봉사활동에 대해 김씨는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죠. 하지만, 차츰 가족들이 이해해줘 휴일에는 가족을 위한 봉사 타임을 만들어 눈높이 봉사를 펼치고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부전여전이라고 할까? 김씨의 두 딸 중 작은딸은 물리치료사로 인도 현지에서 의료봉사를 펼친 데 이어 필리핀, 터키 등 해외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늘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봉사에 임해라. 물질이든 마음이든 받으려 말고 주고 오라”고 당부한다.

김씨는 자원봉사 교육보다 몸에서 배어 나온 참 봉사의 자세를 설파하는 베테랑 봉사자이지만, 몇 년 전 소록도 한센인들의 이발봉사를 하게 됐을 때는 솔직히 겁을 먹기도 했다고.

1만 시간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를 주변의 모든 이들을 더욱 사랑하라는 뜻으로 삼겠다는 김씨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인에게 조용한 자성(自省)의 메시지를 울리고 있다.

파주=박상돈 기자 psd161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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