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그린벨트 10주년 행사 참석 道·독일, DMZ 보전활용 협력 ‘본궤도’
최승대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지난 5월 15·16일 이틀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러피언 그린벨트(European Green Belt) 10주년 기념행사 참석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 부지사는 “DMZ 등 접경지역의 보호를 위해 경기도-독일 간 교류협력을 통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러피언 그린벨트는 과거 죽음의 상징이던 동·서독 철의 장막 1천393㎞를 녹색 띠(Green Belt)로 연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냉전시대 동·서 진영 24개국 8천500㎞(북극해의 일부인 바렌츠 해에서 흑해까지)를 생태보전과 접경협력을 위한 세계적인 생태네트워크로 연결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사업이다.
그린벨트 현장 벤치마킹
DMZ는 세계 냉전사의 ‘마지막 유물’
도는 DMZ의 지속 가능한 보전·이용 및 발전방향 모색을 위해 독일 연방자연보전청(BfN)과 업무협약(2012년 2월23일)을 체결한 뒤 DMZ 일대 상호 방문 프로그램 기획·진행 및 실무 워크숍 개최를 통해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최 부지사는 “지난 2012년 9월 경기도가 개최한 제4차 세계생태관광총회 개최에 베아테 예쎌 연방자연보전청 청장이 방문, 학술회의에 참여했다”며 “올해는 독일 환경부와 연방자연보전청 공동으로 개최하는 유러피언 그린벨트 10주년 행사 참여 및 그린벨트 현장 벤치마킹을 통한 시사점 도출과 실행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DMZ는 세계 냉전사의 살아있는 마지막 유물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생명을 역설적으로 상징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DMZ가 전쟁의 흔적과 이를 치유하는 생명력, 평화의 노력이 곳곳에 살아있는 생태문화의 보고(寶庫)로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긴장감이 도는 무시무시한 곳이지만 통일과정상에 남북 교류와 화합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세계평화생태공원 조성”
남과 북 이어주는 ‘공생의 허리’ 될 것
취임 후 첫 미국 순방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도 상원합동연설(5월 8일)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남북영역을 포괄한 세계평화생태공원 조성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최 부지사는 “DMZ 일대는 통일 이후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미래 가치가 높은 곳으로 남과 북을 이어주는 통합의 허리가 될 것”이라며 “분단과 아픔,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지역이지만 남과 북 공동으로 DMZ의 가치를 활용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며 박 대통령의 세계평화생태공원 구상에 공감했다.
DMZ 일대에는 생물종 수·식물 2천237종, 포유류 45종, 조류 260종, 양서 파충류 31종, 어류 143종 등 2천716종이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DMZ에는 평화만이 아니라 생명이 있고 여러 가지 보배를 지니고 있다.
최 부지사는 “이곳은 그냥 땅이 아니고 보배이며 생명이 살고 전쟁의 아픔과 철포, 순국한 군인들의 뼈가 묻혀 있는 아픈 상처도 함께 있다”며 “따라서 자연생태가 잘 보전돼 있는 DMZ 지역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활용하게 되면 평화분위기가 정착되고 남북화해와 평화적 통일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고 역설했다.
DMZ가 가진 가치에 대해 최 부지사는 무엇보다 마지막 남은 세계 냉전 역사의 유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남북과 동·서독간의 차별화를 밝혔다.
그는 “독일은 갑작스런 통일과 함께 베를린 장벽 등 동서독의 장벽은 사라지고 위치만이 바닥에 표시돼 있을 뿐 냉전과 대치의 유물은 한반도 DMZ에 비하면 내용, 종류, 상징성이 부족하다”며 “이에 반해 DMZ의 대치상황을 보여주는 이중, 삼중의 철책선과 경계초소들은 역사와 많은 스토리에 흥미를 자아내고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
최 부지사는 “DMZ는 전쟁의 폐허를 자연 스스로 치유하고 다양한 생물의 서식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생태·환경의 보고”라며 “지금도 천이과정을 거치는 생태계의 회복과정 속의 생태계 안정성과 회복력을 보여주고 생물 다양성에 따른 잠재 유전자원 확보차원에서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피력했다.
DMZ의 가치, 21조9천144억 원 달해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계·문화의 보고
군사적 대치상황에 따라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 생태적 교란과 이에 대한 반응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DMZ 생태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통제와 규제 속에서 독특한 생활문화를 만들어 가는 민통선지역의 사람 및 군인과 그 속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는 역사 문화자원은 무형의 가치요소”라고 강조했다.
현재 DMZ 일대에는 선사유적, 국가지정문화재, 판문점 등의 자원과 파주시 대성동 자유의 마을 등 민통선 마을이 어우러져 독특한 사회·문화적, 지리적 특수성을 갖는 삶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과 강원개발연구원의 공동연구(2010년)에 따르면 DMZ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21조9천144억 원에 달한다. 도와 정부가 정책적 보전정책 수립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 최 부지사는 “DMZ 자원의 가치는 자원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가치의 단순한 합이라기 보다는 DMZ 전체공간과 내재하고 있는 다양한 속성들의 연계성과 복합성 속에서 발생하므로 통합적인 DMZ 자원에 대한 인식과 활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는 DMZ 일대 합리적 보전과 활용을 위해 환경부, 경기도, 강원도 및 시·군 등과 함께 남측 DMZ와 민통선 및 접경지역 일부를 포함한 총 2천979㎢에 대한 유네스코 생물권지역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울러 통일 이후의 DMZ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통일의 경험이 있는 독일과의 국제적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지사는 “경기도는 지난해 2월 23일 옛 동·서독 철의 장막 총 길이 1천393㎞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부분을 폭 50~200m 짜리 녹색지대(그뤼네스 반트)로 연결, 검은 황새 등 희귀 멸종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땅으로 바꾸는데 앞장서는 독일 연방자연보전청과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 DMZ - 독 그린벨트 자매공원’ 지정 추진
분단의 아픔 역사성·상징성 공유 사업 박차
도는 협약체결 후속사업으로 DMZ-독일 그린벨트 공동 사진집 제작, 상호 교환방문 및 세미나 개최(매년), 세계생태관광총회(WEC) 독일 대표단 파견 및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올해는 공동사진집도 발간한다.
양 기관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중·장기 사업과 관련, 최 부지사는 “‘한 DMZ-독 그린벨트 간(가칭) 자매공원(Sister Heritage)’ 지정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자매공원은 DMZ 평화누리길 일부 구간과 독일 그린벨트 길 일부 구간을 ‘독 그린벨트 길’로 명칭을 부여하고 독일 그린벨트 일부 구간을 ‘경기도 DMZ 길’로 지정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역사성, 상징성을 지닌 두 지역을 ‘자매공원’으로 지정,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의 틀로 활용함으로써 세계적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 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 등에서는 캐나다, 중국, 영국 등과 공동으로 자연유산, 역사유산, 국립공원 등을 자매공원으로 지정·지속적인 교류협력의 틀로 활용 중이다.
또 최 부지사는 “DMZ 일대 황해남북도 자연자원조사, 북한 내 멸종위기종 연구조사 및 관리자 역량강화 프로그램 추진 때 연방자연보전청의 적극적인 참여 및 지원을 요청하겠다”며 “연방자연보전청과 공동으로 아시아권 접경보호지역을 국가들이 참여 가능한 ‘국제접경보호지역아카데미’(가칭)도 개설·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방자연보전청 산하 국제자연보전아카데미(INA)에는 유럽 전역이 참여하고 있다.
최 부지사는 “DMZ 일대는 냉전의 소산으로 상징화된 안보관광지이며 그동안 개발제한으로 생태관광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전제한 뒤 “생태보전과 지역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_ 독일·김창학 기자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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