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실상 광우병 위험없는 나라 ‘수입 빗장’ 활짝… 한우農 피해 ‘눈감은 정부’

정부, 지난달 OIE 총회 ‘美 위험무시국’ 등급 조정 ‘기권’
“수입 재협상 불보듯… 국민건강 주권 외면한 처사” 성토

미국의 광우병 위험등급이 가장 낮은 등급으로 변경되자 축산농가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출 확대를 우려하며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어 미국의 광우병(BSE) 위험등급을 ‘위험통제국’에서 ‘위험무시국’으로 상향했다. OIE는 광우병 위험 등급을 ‘위험 무시국’, ‘위험 통제국’, ‘위험 미결정국’ 등 3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위험 무시국 지위는 광우병 위험이 무시할 수준이란 의미로, OIE가 부여하는 광우병 단계 가운데 최상위 단계다.

우리나라는 이번 총회에 참석, 등급을 조정할 때 찬·반 대신 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우농가를 비롯한 축산단체들은 미국이 광우병 위험이 없는 나라로 분류된 만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국민의 건강권을 걸고 정부가 기권이라는 결정을 했다니 한우농가는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수만명의 한우농가들이 폐업을 하는 상황에서 한우에는 끊임없는 감축을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쇠고기 수입 빗장을 여는 중차대한 상황을 그저 지켜보다가 돌아온 정부에 우리는 어떤 희망도 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검역기준 강화 등 OIE 결정에 상응한 안전대책을 발표하기를 강력 촉구한다”며 “또 미국이 등급변경으로 인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요구를 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강력한 불매운동과 반대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도 “국내산 육우고기는 수입산 쇠고기와 직접 경쟁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독자적인 유통망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육우송아지는 1만원에도 가져가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검역주권 포기를 되풀이할 경우 낙농육우농가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위험등급은 변경됐지만 한·미 양국간 합의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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