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금지된 ‘디스포저’ 다시 싱크대 밑으로?

불법 주방용 오물분쇄기… 수질오염 ‘무방비·무대책’

정부가 판매와 사용을 금지한 주방용 오물분쇄기 ‘디스포저(disposer)’가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불법 유통돼 일반가정에 설치되면서 환경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이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가정집 주방 싱크대 하단을 직접 열어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단속과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5일 환경부에 따르면 디스포저란 싱크대에서 하수구로 내려가는 배관에 부착, 하수구멍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작동시키면 음식물쓰레기를 잘게 분쇄한 뒤 하수구를 통해 버려지는 기계다.

처리용량 등에 따라 6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 가격이 형성된 고가의 상품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995년 하수관을 부식시키고 파손된 틈으로 새어나가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판매와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판매자는 하수도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의 벌금, 사용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00% 하수구로 분쇄•배출 비인증제품 가정 설치 급증

단속 위해선 싱크대 열어야 환경부 “사실상 단속 불가능”

다만 지난해 10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고형물 무게 기준으로 80% 이상 회수, 20% 이하 하수구 배출되는 제품에 한해서는 판매와 사용이 허용됐다.

하지만 여전히 하수도로 100% 배출하는 제품은 판매와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그럼에도 온ㆍ오프라인에서는 100% 하수구로 분쇄해 배출하는 디스포저가 판매ㆍ사용되고 있다.

W사의 디스포저를 77만원에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A씨(60ㆍ여ㆍ안산)는 “그동안 음식물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버리는게 여간 귀찮치 않았는데 기계를 설치하고 나니 너무 편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는 디스포저를 설치해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또 A사의 디스포저를 66만원에 구입했다는 B씨(44ㆍ여ㆍ성남)도 “인터넷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처리방법을 검색하다 구입했다”면서 “기존 음식물탈수기보다 100배는 편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디스포저 설치후기, 사용후기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심지어 한 업체는 5일간 무료사용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처럼 온ㆍ오프라인에서 디스포저가 불법 유통되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실질적인 단속이 불가능하다며 손을 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속하려면 가정집에 들어가 싱크대 하단을 열어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제보가 온다해도 주민이 거부한다면 무작정 집에 들어갈 수도 없어 실제 단속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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