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따뜻한 미래]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정서·행동적 장애 겪는 청소년들 ‘치유의 시간’… ‘건강한 성장’ 돕는다

날로 각박해지는 세상속에서 우리시대 청소년들은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가족 구성원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이성 문제 등으로 점점 더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숨쉴 틈조차 없는 환경을 이기지 못해 탈선으로까지 이어지는 10대 청소년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사회성 결여로 인해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충동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런 탓에 우리 시대를 이어 후대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생각을 단순히 주입시키고 길들이는 것이 아닌 기성의 세대와 함께 어울리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용인시 처인구에 자리를 튼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우리 사회에서 심리적ㆍ정서적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에게 상담과 체험활동 등을 경험하면서 힐링의 시간을 제공, 청소년이 건강한 성장기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카운셀링을 통한 상처 어루만지기

최근 가정기능의 약화, 유해한 환경매체, 학업스트레스, 학교폭력 등으로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심리적ㆍ정서적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기 정서ㆍ행동장애는 역량개발을 저해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하며 사회위험요인으로 발전 가능해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성이 반드시 요구되고 있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상담ㆍ체험활동ㆍ교육 등을 통해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기관을 표방해 설립됐으며 현재 청소년 개인적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서비스 및 종합적ㆍ전문적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디딤센터는 불안ㆍ우울 등 심리정서문제, 학대 및 학교폭력 피해, 학교부적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의 정서·행동적 장애를 가진 만 9세~만 18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정신의학 전문의, 심리치료사, 상담가 등이 나서 종합적·전문적 상담·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속한 가정의 청소년의 경우 무료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 유형에 따라 3개월 코스, 9박10일형 코스, 4박5일형 코스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디딤센터의 치유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을 거주형 보호시설(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생활습관 및 사회적응행동, 대인관계 기술 습득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단체생활속에서 개인상담, GRIP(게슈탈트 관계성 향상 프로그램), 구조화 집단상담, 비구조화 집단상담, 정신의학적 상담, 부모상담 등을 진행해 청소년이 내면에 감춰둔 문제를 스스로 밝히고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시간을 제공한다.

상황에 맞춰 놀이치료, 모래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원예치료, 승마치료, 명상치료, 문학치료, 드라마 치료 등을 지원해 사회활동을 통한 공존의 길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디딤센터가 하는 역할이다.

■사회화 학습을 통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포지션 부여.

디딤센터는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 외에도 청소년들이 가장 고민하는 진로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직업군을 간접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청소년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제과제빵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청소년들의 관심도가 높은 바리스타와 목공예 체험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지역사회와 연계해 잡스쿨, 두드림존, 청소년문화존 부스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청소년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존재감을 부여하고 있다.

디딤센터의 이같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접한 청소년들은 체험 이후 정서적으로 안정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딤센터가 시범운영기간 동안 입교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입교 이전에 비해 수료시 평균 긍정도 지수가 10.2p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교시 65.0에 머물던 자아존중감은 74.3으로 증가했고 심리적 안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주관적 안녕감도 41.2에서 61.7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알 수 있는 부정적 지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ㆍ충동성향의 기분척도를 나타내는 부정적 정서가 입교전 80.8에서 입교후 55.8로 대폭 완화됐으며 문제행동을 반영하는 충동적행동 지수도 74.3에서 48.3으로 크게 낮아졌다.

또 부정적자기상 지수 역시 76.7에서 58.7로 향상돼 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디딤센터가 힐링센터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음이 증명됐다.

디딤센터에서 3개월 코스를 수료한 최모양은 “처음에 디딤센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먼 곳까지 가서 3개월이라는 기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에 놀라 싫다고 했었지만 디딤센터 선생님들이 항상 나의 편이 되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차별없이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우리 입장에서 우리를 이해해 줘 놀랐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최양은 “디딤센터에서 한 상담과 활동프로그램들이 너무 재미있었고, 상담선생님들에게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상담사라는 꿈을 갖게 된 것이 정말 기쁘다”고 수료 소감을 전했다.

우모양은 “상담과 체험활동에 아이들과 어울리며 열심히 참여하였는데 분노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원장님은 제 꿈이 메이크업 아트스트인걸 아시고 미용고등학교에 장학생으로 보내주신다고 하셔서 너무 놀랐고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던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정숙영 디딤센터 원장은 “우리는 주변에서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극복하고 꿈을 실현하며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을 볼 수 있지만 심리, 정서, 행동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하고 보호하고 치료하는 곳이 필요하다”며 “디딤센터는 청소년에게 아픔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을 가꿔 가도록 굳건한 디딤돌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정숙영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원장

디딤센터가 청소년들에게 하는 역할은.

-우울증, 불안장애, ADHD 등 정서적 행동에 어려운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숙을 하면서 전문적인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개인상감과 집단상담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밖에 모래놀이, 승마, 미술, 음악, 드라마 등 특수치료에 참여토록 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대인관계, 사회성을 향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청소년들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기본질서를 익히며 ‘함께 살아가는 삶의 힘’을 배우게 된다.

우리사회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언인가.

-청소년통계에 의하면 공부가 32.9%, 직업선택의 문제가 26%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입시위주의 경쟁사회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들에게 공부만을 강조하면서 다른 분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이러한 점들은 꿈을 꾸고 즐거움을 이야기해야 할 청소년기에 자신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 관점을 고착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안정 이데올로기와 심리적 공황이 청소년에게 전이되는 것은 청소년과 이 사회의 발전 및 역동성을 저해하는 것이기에 기성세대 스스로가 이를 반성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청소년이 자유로운 이상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고생 670만명을 대상으로 정서ㆍ행동 특성검사 결과 105만여명이 관심군이고 집중관리가 필요한 주의군도 22만여명에 달했으며 특히 자살생각을 해본 고위험군 9만7천명이나 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운영되는 기숙형 상담기관인만큼 빠른 시간내 새로운 프로그램을 모델화해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수요가 많은만큼 이곳 한곳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전국 17개 시도에 거점센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허브기관으로서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정진욱기자 panic82@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