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현장을 스포츠중계 보듯 생생히 보았고, 불산 누출사고를 통하여 빨갛게 말라서 죽어가는 농작물과 콧물을 흘리며 서 있는 소를 보았다. 또 MB정부 초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두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거의 없으므로 안전하다할 때도 우린 안심할 수 없다고 촛불을 들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괜찮다. 안전하다를 반복하였지만 국민들은 우린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안전과 안심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문제는 시험성적의 위조에 있다. 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을 정품으로 썼다면 그 부품으로 인하여 야기될 문제는 어떤 사고로 어느정도의 규모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시험기준에 불합격된 불량품을 알고 사용했다면 그것으로 인한 사고는 예측 가능하므로 안전하다는 것에 문제가 없다. 따라서 불특정하게 발생할 수 있는 즉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안심할 수 없다, 불안하다는 것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떤 경우도 100%안전은 없다. 백만분의 일의 불안전하다는 것이 있다면 이것이 불특정과 불확실성이라는 말과 만나면 100% 안심할 수 없다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우리 믿는 수학과 과학이 안전하다는 것을 완전히 보증하지 못하므로 생기는 두려움 때문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과학이 주는 통계와 확률적 믿음의 표현이 안전(이성적 판단)이라면, 불확실성에 대한 믿음이 안심(감상적 판단)이다.
원전은 설계와 감리기준이 가장 엄격하고 원자력안전기술원(KINS)마져 두고 있다. 그런데 한 뉴스매체가 공개한 미국 노틸러스(연)의 1982년 4월 작성된 대외비문건에 의하면, 이미 그 당시에도 안전과 품질을 담당하는 인력이 조직적인 압력을 받는다는 인상을 받았고, 필수사항인 안전성분석과 품질보증의 문서화가 귀찮은 일이라는 태도가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
다른 분야는 어떤가. 경제분야에는 갑을 문화, 정치에는 계보정치가 이런 것일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이익을 위하여 단합한 것이 정경유착이고 밀실정치이다. 장관청문회를 보자. 공직자의 윤리성에 문제없는 자 몇이나 되는가?
우리는 그동안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세계수출 10위국의 위치에 와 있다. 그 과정에 당국자는 안전하다 했지만 국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 하였다. 이런 결과는 노틸러스가 지적한 청탁과 압력, 안일한 업무와 방기(abandonment)가 주원인 일 것이고, 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은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국민은 재산과 목숨, 그리고 건강을 담보하고 있다. 청년실업, 가게부채, 계약직 등 을의 입장에 서있는 국민들은 늘 불안하고 숨막힐 지경이다. 한시도 안심하고 살 수가 없다면, 왜 정치가 필요하고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가.
이제 우리도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열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는 일의 중심에 그 사람 개인이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모든 일에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민을 위한 정책과 정치를 해야 한다. 모든 공직자는 제자리에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국민에게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정부가 안전하다하면 국민은 안심할 수 있는 국가경영시스템을 갖춰가길 바란다.
오환섭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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