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NLL 바꿔야… 평화경제지도 그리자”

국정원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문

野 “초법적 폭거… 검찰 고발 등 책임 물을 것”

北 강한 반발 가능성 등 외교적 파장 불가피

국가정보원이 24일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 일부에 전달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남북 간 정상회담 회의록이 이처럼 공개된 일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파문을 불러올지 아직 정확히 점칠 수는 없는 상태다.

국정원이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전달한 8쪽짜리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내용’을 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NLL은 바꿔야 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럽다”라며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군사지도 위에 평화경제지도를 크게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전체를 평화 체제로 만들어 쌍방의 경찰들만이 관리하자는 것”이라며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그것을 가지고 평화 문제, 공동 번영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실무 협의 계속해 나가면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내용이 공개되자 민주당이 강력하게 반발, 검찰에 고발키로 했고, 북한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욱이 김 전 위원장이 남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북한의 예상되는 반발을 감안한다면 남북대화 재개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회의록 공개가 가져올 외교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자외교의 핵심인 다른 나라와의 정상외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논란 속에서 정상 간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외교 무대에서의 우리나라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 정상 간의 회의록 전체를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드문 일인데다가 설사 공개하더라도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수십년의 기간을 두면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야당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비밀해제 권한이 국정원장에게 없음에도 초법적인 폭거를 자행한 데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회의록 전문을 전달받았으나 일단 언론 공개를 보류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정원의 기밀해제 결정 후 국회에서 최경환 원내대표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국정원이 이날 송부한 회의록 전문은 100여쪽 분량으로, 서류봉투에 밀봉된 상태로 새누리당 소속 일부 정보위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해인기자 hi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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