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부평구에서는 집단·장기민원을 담당하는 공무원 대상의 심층적인 ‘힐링’(healing) 교육을 마무리했다. 2012년에 이어 한 것인데, 이번에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내면의 심리를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에 초점을 둬 진행했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도 4주에 걸쳐 16시간 교육을 했고, 이후 심화 1박2일 프로그램까지 했다. 단시간 중심의 감각적인 치유방식에서 보다 갈등에 직면한 근본적인 돌아보기 방식을 도입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와 있다.
부평구의 재개발 집단민원이 빈번히 일어나고 주차단속 등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갈등민원에 대한 직원들의 업무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업무만족도는 떨어지고, 우울감이 높아간다는 호소가 있어 왔다. 특히 부평구 공무원 1인당 주민수는 610여명으로 전국의 69개 지자체 중 3위를 차지하여, 주민들의 행정수요에 대한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매우 높은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업무스트레스 매우 높은 공무원들
지난 6월 4일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및 민원담당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폭언·폭행 등을 당하여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4명이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조건, 일부 악성 민원인들의 반복적인 폭언·폭행에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하여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피해공무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국가 복지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전달체계 교란사범에 대한 대처를 강화한다’고 대검찰청은 발표했다.
이런 현상은 어찌 보면 우리사회의 곪아 터진 단편이 드러나는 과정이기도 하며, 왜 우리사회에 힐링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 힐링 교육에 대한 통합적 시각과 내용이 필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집단·장기민원의 반복적인 민원제기는 대다수 주민들에게 고르게 제공되어야 할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폭언이나 폭행으로 인한 민원업무 담당자들의 직무안전성 저해와 스트레스의 증가로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행정의 역량을 약화하기도 한다. 부평구에서는 공공갈등조정관을 통해 갈등 상황과 원인을 이해하고, 대처 방식과 갈등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역시사지 등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을 통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서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사회 전체가 독일 조형예술대 한병철 교수의 말대로 ‘피로사회’이기도 하다. 피로사회는 과도하게 빠른 개발과 발전의 속도에 따라 성과를 내야 하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요소들과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이미 심리적으로 ‘과도’함을 내포하고 있다. 하여 피로사회를 우리는 ‘힐링’이 필요한 사회라고 대략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의 영역이든 일상의 영역이든 결과로서 힐링해야 함의 책임은 각각의 개인에게 머물러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심리의 문제를 ‘개인’에서 ‘공적영역’으로 인정해 이를 반영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흩어져 있던 다양한 형태의 힐링 프로그램을 좀 더 집중적이고 심층적인 내용으로의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양한 심리교육으로 변화 이끌어야
이러한 힐링의 기회는 자신의 변화를 이끌 수 있으며,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물론 가장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힐링의 방식은 ‘정치를 잘하는 것’ 그래서 일하는 사람이나 지역의 주민이나 모두 행복한 마음을 먹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된다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홍미영 인천광역시 부평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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