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성공스토리] 이슬기 한복맞춤대여 전문점 ‘규중칠우’ 원장 / 디자이너

한땀 한땀 장인정신 ‘명품한복’

한복은 조상 대대로 수백 년을 지켜온 전통 의복이지만 최근에는 설, 추석 등 큰 명절에도 한복 입은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의복형태가 많이 바뀌면서 한복이 점점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전통 의상이 설 자리가 없게 됐다.

그나마 아직은 결혼식, 돌잔치, 칠순 잔치 등 특별한 날엔 전통의 멋과 격식을 느낄 수 있는 한복을 즐겨 찾게 된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유행하는 옷을 비교적 싼값에 사 입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인기다.

그 가운데 우리 옛것의 아름다움, 그 정신을 지켜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젊은 한복쟁이가 있다. 한복맞춤대여 전문점 ‘규중칠우’(수원 팔달구 매산로3가) 이슬기 디자이너가 그 주인공. 그녀는 올해 스물 여덟 살.

보통 한복 디자이너라고 하면 단정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 여성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한복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젊은 편에 속한다. 7월 휴가철을 맞아 다들 휴식을 찾아 떠나는 요즘, 그녀는 더 바쁘다고 한다. 본격적인 가을 결혼시즌을 앞두고 예비 신랑신부들이 통상 결혼식 한, 두 달 전에 한복을 준비하기 때문에 한시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바쁜 한복집을 비워둘 수 없다.

평생의 한 번 있는 결혼식을 뜻 깊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예비 신랑신부와 가족들에게 최고의 한복을 만들어주기 위해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20대 젊은 한복디자이너 이슬기씨를 만났다.

어머니 가게 ‘가경폐백’에서 밑바닥부터 배워

1년간 무보수 봉사…세상 이치·삶의 지혜 터득

타고난 미적감각 살려 실내디자인 전공… 수줍음 많은 수원 토박이

서울에서 태어난 이슬기씨는 부모님을 따라 유치원 때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수원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그림 솜씨가 남달라 학창시절 내내 미술을 하다가 정작 대학 진학은 실내디자인과로 하게 됐다.

“전공을 선택할 때 순수미술쪽 보다는 실내디자인과에 전망이 좋을 것 같다는 부모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막상 재미가 없었어요. 솔직히 학과 공부는 못했지만 지도교수님께서 무척 혹독하셨던 분이셨는데 4년 동안 한번도 휴학하지 않고 졸업장을 땄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나약하고 여린 성격이었는데 대학에서 단단한 사람으로 훈련받아 강심장이 됐죠.”

언뜻 보면 마냥 연약해 보이기만 하는 그녀지만, 알고 보면 강한 한방을 가진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졸업 후 전공과 상관없이 24살부터 어머니께서 운영 중이던 폐백이바지전문점 ‘가경폐백’ 가게 일을 돕기 시작했다. 한창 꾸미고 예쁘게 다닐 나이였는데 그녀는 1년 동안 폐백집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하게 땀을 흘리며 청춘을 보냈다.

“어머님께서 1998년부터 수원 팔달구 매교동에서 가경폐백을 운영하셨는데 단 한번도 내 일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어머니의 권유로 가게 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 닭 삶고, 대추고임, 육포, 구절판 한과, 장산적, 곶감꽃 등 폐백음식 만드는 일을 했죠. 월급도 없이 말이죠.(하하) 어머님께서는 오히려 저보고 돈을 내라고 하셨어요.

배우는 값으로요. 그 값으로 어머님 노후를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주문이 많을 땐 밤잠을 설치고 겁도 나고 아프기도 했어요. 지금도 새벽 3시에 폐백·이바지 음식도 직접 배달해요.”

그녀는 아침부터 무한 반복해야 하는 폐백·이바지 음식 특성상 한때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과 예, 품격을 갖추고 정성을 담은 혼례음식과 시집가는 딸이 시댁에서 사랑받으며 잘 살기를 바라는 모든 친정어머니의 바람을 담은 이바지음식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게 됐다.

전공, 흥미와 상관없이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의 20대 청춘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이슬기 원장.

낯가림 심하던 그녀, 까다로운 손님 2~3시간 상담도 ‘뚝딱’

1년 동안 혹독한 시간을 버틴 그녀는 2009년 한복맞춤대여 전문점 ‘규중칠우’ 보조 일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어머니께서 한복집을 오픈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일을 돕게 되었어요. 어머니도 한복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월급 원장님(점장) 밑에서 손님 커피 심부름부터 시작해 원단정리, 가봉 등 잡일을 도맡아 했어요. 직함은 부원장이었지만 하는 일은 막내였죠. 누가 한복집 딸이라고 생각했겠어요.(하하)”

미술을 공부하고 평소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한복에 대한 눈썰미와 표현력, 영업력 모두에서 뛰어났다. 이 원장은 품격 있는 한복집 ‘규중칠우’를 만들기 위해 원단에서 바느질에 이르기까지 숙련되고, 전문적 지식을 가진 한복 디자이너를 통해 만들고 무엇보다 고객 한분 한분의 개성과 특징을 살려 언제 입어도 항상 편안하고 아름다운 우리 옷을 지어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미모와 실력 두루 갖춘 CEO… 고객 개성·특징 살린 품격 있는 한복으로 ‘승승장구’

학창시절, 발표시간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말을 잘 못하고 낯가림도 심했던 그녀는 무엇보다 손님을 대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녀는 손님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스피치 교육을 받으며 전문적인 대화기술과 상담법 등을 익혔다. 지금은 까다로운 손님을 대상으로 한 상담도 2~3시간씩 거뜬하게 해낸다. 게다가 결혼박람회 상담부터 규중칠우 블로그(blog.naver.com/kakyoung1234/) 활동까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상담과 소통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2010년 가게를 확장하면서 원장(점장격인)님께서 나가시면서 원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어머님 연세정도 되시는 직원 분들과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는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직원분들을 대할 때나 손님을 대할 때나 최선을 다해서 하면 진심을 통하더라구요. 직원들이 딸처럼 대해주시고 실력으로 승부를 거니 고객들도 젊은 디자이너와 원장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입소문이 나더군요.”

그녀는 20대 젊은 한복디자이너답게 트렌드에도 민감하고, 개성 있는 소품을 적극 활용한 한복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녀의 감각은 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한복디자이너는 전문가, 장사꾼이 아니다”

이 원장의 경영철학은 간단하다. ‘한복디자이너는 전문가이지 장사꾼이 아니다’는 것. 그녀 스스로 장사꾼 마인드를 훌훌 털어버리고 철저한 서비스정신을 가질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한복 한 벌 더 팔기위해 입에 발린 말과 고객을 현혹시키기 위한 꾸민 달콤한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맞춤한복과 대여한복의 장단점과 고객 경제 상황에 맞는 옷을 추천해준다.

“저도 젊은 사람이지만 요즘 예비 신랑신부의 경우, 한복 입을 일이 많지 않아 맞춤한복을 마치 낭비스러운 아이템으로 여기고 대여한복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어요. 반면 웨딩드레스에는 돈을 아끼지 않죠. 우선 가장 중요한 체형에 맞는 디자인과 색감의 한복을 대여한복에서는 만족할 수 없어요. 반면 맞춤한복의 경우 체형, 피부톤 등을 고려해 본인만의 전통 한복을 통해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녀가 만든 ‘규중칠우’의 한복들은 다양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전통적인 한복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이슬기 원장은 “한복은 우리나라와 한민족을 대표하는 의상이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좋은 패션 아이디어라도 전통의 멋을 표현하는데 해가 된다면 적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전국 각지 단골 문전성시… 맞춤정장 예복집 ‘블랙슈트’ 6월 오픈

돈을 좀 덜 벌어도, 손해를 좀 봐도 손님에게 딱 떨어지는 한복을 만들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 ‘규중칠우’의 한복은 입소문이 나면서 수원을 물론 울산, 포항, 창원 등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온다. 강원도에 사시는 한 어머님은 딸 셋을 다 규중칠우 한복을 입혀 시집을 보낼 정도라고 했다. 또 탤런트 김재원, 이민영과 가수 송봉수씨도 규중칠우 한복을 즐겨 입는다.

“손님 중에 규중칠우 한복을 입은 것을 보고 예뻐서 왔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고 좋아요. 한복 한 벌을 팔아서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보다는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고 그 만족감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규중칠우 한복을 입고 새로운 한 쌍의 부부가 탄생하는 것을 볼 때 뿌듯하고 평생 귀하게 키워주신 양가 부모님께 한복을 맞춰드리는 예비부부의 모습은 세상 그 어떤 명화보다 아름다워요.”

맛과 최상의 재료와 현대적 감각에 맞춘 폐백·이바지 음식을 만들었고 이제는 품격 있는 한복을 지어 한복디자이너로서, 경영자로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내는 그녀의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그림을 잘 그리던 수줍음 많던 소녀 이슬기는 2013년 품격 있는 우리 옷 ‘규중칠우’ 원장 겸 한복디자이너로 성장했다. 그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했다. 바로 맞춤정장 예복집 ‘블랙슈트’를 6월 오픈한 것.

체면 때문에 호화 결혼 풍조가 만연해 있는 요즘,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그녀가 정성이 담긴 음식과 품격이 있는 한복으로 올바른 결혼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문의 (031)238-3312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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