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기다림… 개성공단 기업들 “감개무량”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98일만에 출경
“北 직원들과 부둥켜 안고 울어… 하루빨리 공장 재가동하자”

59개사 대표 등 96명 방북

태풍 대비 조치, 시설 양호

입경 표정 안도ㆍ아쉬움 교차

기업인들 “경영환경 보장”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후속 실무회담이 진행된 10일 오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이 날 오전 8시20분께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을 태운 차량이 속속 도착했다. 거센 빗줄기가 갑자기 퍼부었지만 차량에서 내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서로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굳게 닫혀 있던 개성공단의 문이 열렸다. 지난 5월3일 공단이 잠정폐쇄된 지 67일, 지난 4월3일 개성공단 출입이 금지된 지 98일만이다. 10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개성공단입주기업의 방북 첫 날은 설비점검이 시급한 기계ㆍ전자ㆍ금속 분야 59개사의 대표 각 1명과 KT, 한전 등 기업인 측 96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개성공단으로 출경 전 설렘과 동시에 공단 내 설비에 대한 걱정과 남북실무회담의 결과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김학권 공동위원장은 이날 출경 전 기자들과 만나 “100여일만에 공단에 갈 생각을 하니 남겨둔 자식을 만나러 가는 심정이다. 감개가 무량하다”며 심경을 전했다.

연천군 소재 (주)DKC 맹충조 대표이사는 “혹여나 북한 직원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직원들에게 건네 줄 콜라를 준비해 봉지에 담아 왔다”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오전 9시 개성공단으로 출경한 입주기업인들은 약 8시간 지난 오후 5시10분께 남북출입사무소로 입경했다.

이들은 북측 직원들과 3시간여동안 공장 내부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오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공장에서는 북측 직원들이 미리 나와 기업 대표들을 맞았고,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얼싸안으며 100일여만의 재회를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권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직원들을 만나 그동안 건강히 잘있었냐고 첫 마디를 건넸다”며 “그동안 함께 정들며 일한 직원들을 보니 반갑기도 하면서도 마음대로 내 공장과 직원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착잡했다”고 말했다.

안양시 소재 BK전자 관계자는 “공장에 가니 직원 7명이 나와 우산까지 씌워주며, ‘언제 오느냐, 빨리 와라’라며 절실하게 반겨줬다”면서 헤어질 때 빨리 공장에 와서 근무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서로 함께 일할 날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주)DKC의 맹 대표는 “준비해 간 콜라를 북측 직원들에게 전달했다”며 “이미 한 차례 북한에 태풍이 불어닥쳤었는데,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공장을 점검했었고, 태풍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해놓아 예상했던 것보다는 설비가 양호했다. 서로보자 부둥켜 안고 울며 하루 빨리 공장을 재가동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우려했던 기계 등 설비 부분은 업체별로 다르지만 일부 공장에서는 누수현상과 정밀 기계 부분 등을 교체해야할 만큼 녹이 슬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으로 장마가 이어지고 이대로 기계부품이 2~3주 가량 더 방치될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으로 판단, 하루빨리 남북이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입주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경영 환경 안정’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학권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개성공단에 등을 돌리고 떠난 바이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경영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오는 12일부터 입주기업들의 원ㆍ부자재 반출을 허용해 전기전자·기계금속·화학업종은 12∼13일, 섬유·신발·기타업종은 15∼16일 개성공단을 재방문할 계획이다. 방문업체별로 물류기사와 보수인원 등 2∼3명이 들어간다.

기업들은 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한 완제품과 더 필요가 없어 헐값에 처분할 원·부자재를 가지고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11일에는 나머지 섬유ㆍ봉제 분야 61개사의 입주기업인들이 방북, 공장을 점검한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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