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실무회담 ‘지지부진’ 기업들 국내·해외기지 눈 돌려 “신뢰 추락… 손놓고 있을 수 없다” 공장 ‘제3의 장소’ 물색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실무 회담이 진통을 겪으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개성공단 정상화를 염원하던 입주기업들이 국내ㆍ해외시장으로 생산 공정을 돌릴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15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3차 남북 실무회담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산가족 상봉 회담과 금강산 관광 재개회담 등이 남북간 기싸움으로 번지면서 개성공단 정상화가 지지부진하고, 공단의 대외적인 신뢰도 추락으로 사실상 개성공단에 등을 돌렸다는 관측이다.
몇몇 기업은 의류 공동 브랜드를 만드는가 하면 해외 공장으로 눈을 돌려 공장 부지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입주 의류업체 6개사가 공동 출자해 생산한 의류브랜드 ‘케이즈원’에는 양말 생산업체인 성화물산, 속옷 생산업체 나인, 청바지 업체 대명블루진스 등이 참여했다. 업체 관계자는 “언제 재가동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공장을 가동시킬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낮은 인건비가 핵심인 봉제 및 의류업체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부천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개성공단 정상화에 기대를 걸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고, 이미 바이어들이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져 개성공단 내에서 제품을 만들었다간 거래처를 다 잃을 판”이라며 “베트남에 이미 개성공단을 대체할 공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공단이 정상화되더라도 이들 기업이 개성으로 돌아갈지는 불투명하다.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연천군 소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인건비와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인건비가 비슷함에도 그동안 북한 근로자와 함께 일한다는 것과 남북 평화의 상징성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개성공단 내 공장을 확대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로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오는 9월께 공장을 이전할 구상이고, 개성공단이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물량을 현재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이거나 장기적으로는 철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같은 생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가 된다고 해도 이전처럼 100%공장을 돌릴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내 완제품 및 원부자재를 반출하기 위해 입주기업들은 지난 12~13일 방북했으며 지난 13일 전기전자·기계금속·화학업종 43개 입주기업에서 372t의 원부자재 및 완제품 설비를 남측으로 가져왔다. 15일에는 섬유 및 봉제 업종 48개사의 입주기업인 등이 방북해 물자를 반출할 예정이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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