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중견기업 불만 더 키운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

과세대상 6천여곳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대물림 막으려다 ‘된서리’
정부, 재벌기업 증여세 부담도 ↓ ‘중기 살리기’ 취지 무색 지적도

정부가 중소ㆍ중견기업의 거센 항의를 받은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과세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해서도 증여세 부담을 완화해 줄 방침을 나타내면서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 후퇴 논란이 예상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기업들의 증여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경우에도 지분관계가 있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 관련 증여세 부담을 완화해 줄 방침”이라며 대기업에도 지분 보유분 만큼 과세 금액을 깎아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재벌기업들이 관계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지원하거나 경영권 승계 또는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 도입된 제도다.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지배주주(계열사 지분 3% 이상 보유)나 친인척에게 증여세를 물린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지난 5일 올해 첫 과세 대상자 1만명을 대상으로 신고안내문을 발송하고 과세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부당한 경제력 집중과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애꿎은 중소ㆍ중견기업을 옥죈다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 가운데 30대 재벌소속 대상자는 70여개에 불과하고 6천130여곳이 중견기업 또는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27일 밝힌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는 이런 기업 달래기 차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기업의 부당한 경제력 집중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제도에 대기업의 증여세까지 완화해주는 것은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은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고 경제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방안 중 하나였는데 탁상공론으로 도입 첫해부터 유야무야 됐다”며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대로 파악해서 손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 요건을 완화하는 동시에 증여세 산정시 지분 보유분 만큼 과세금액을 깎아주는 내용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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