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가계부채 1천조 돌파… 서민 허리 ‘휘청’
전문가들, 신용회복 시스템 등 구출 지원책 시급
수원시에 사는 A씨(58ㆍ여)는 7년 전인 지난 2006년 181.5㎡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5억7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아파트 가격이 9억5천만원에 달해 담보 대출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아파트는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올라가는 신기루였다.
그러나 집값은 현재 40%나 급락했다. 지금은 이자와 상환금액까지 합쳐 빚을 갚는데만 한 달에 400만원이 고스란히 빠져나간다.
얼마 전에는 남편이 하던 사업까지 위기를 맞고 A씨가 병까지 얻으면서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A씨는 “자녀들도 다 키워놓고 집한 채만 보고 편히 살려고 했는데, 빚에 허덕일 줄 몰랐다”며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려 해도 매매도 안되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용직 근로자인 B씨(46)는 자신의 이름으로 빚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가 은행에서 B씨의 이름으로 280여만원을 대출받았는데 10년 이상 장기연체 되면서 이자가 붙어 800여만원이 됐다.
하는 수 없이 제2금융권을 통해 빚을 갚게 됐지만 한 달 수입이 50여만원에 불과한 B씨는 한 달 이자에만 30만원을 고스란히 내야해 생계마저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가계부채가 1천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민 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 규모는 961조6천억원으로 올해 사상 첫 1천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지역의 경우 올해 5월 말 기준 보험 등을 제외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125조4천502억원으로 기업대출 110조2천764억원을 넘어섰다. 또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94조2천585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88%를 차지한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의 악성화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가운데서도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비중이 점차 늘고 있고, 저소득ㆍ고령층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정부에서 행복기금지원, 하우스푸어 채무 재조정 등을 하고 있지만 저소득ㆍ저신용자가 가계빚에서 구출될 수 있는 다른 지원책도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핵심은 부채 양보다 저소득 저신용자들이 가계빚에 몰리는 등 부채의 양보다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저소득ㆍ저신용자들의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신용회복 시스템, 소득향상 대책, 서민금융정책 세 가지가 함께 정책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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