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절반가량 중소기업으로 추락

국내 중견기업 중 절반 가량이 2000년대 이후 중소기업으로 추락하고,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8개 중 1개 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6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특성과 성장 및 위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중견기업이었던 426개사 가운데 197개사(46.2%)가 중소기업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55개(12.9%)에 불과했고, 중견기업으로 머무른 기업이 174개사(40.8%)였다. 절반에 가까운 중견기업이 성장보다는 중소기업으로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이는 경제개혁연구소가 상장기업과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의 외감법 적용 대상 기업 1만2천791개사를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12년까지의 성장과 위축을 분석한 결과다.

중견기업 기준은 각 산업별로 차이가 있는데,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가 300~999명, 자본금 80억원 이상, 자산 5천억원 이하인 기업이다.

2000년 이후 대기업으로 성장한 55개 중견기업 중 43곳(76.4%)은 1990년 이전에 설립된 오랜 업력을 가진 곳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설립돼 대기업이 된 곳은 팬택, BGF리테일, 휠라코리아, 엔씨소프트, 강원랜드 등 13곳(23.6%)에 그쳤다.

주요 재무제표가 우량한 중견기업이라 할지라도 대기업으로 발돋움하기보다는 중소기업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 상위 20%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위축된 배율은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율보다 1.6배 높았다. 이 배율은 매출액 기준으로는 1.2배, 매출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1.5배 컸다.

위평량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국내 중견기업은 기업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은데도 대기업군으로 성장한 비율이 의외로 낮다”며 “절반 가까운 기업이 성장보다 쇠락했다는 점에서 기업성장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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