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소기업 여름휴가 후유증 ‘속앓이’

휴가 끝나자 마자 사표 던지고… 여독 안풀려 능률 떨어지고…
일손 부족에… 대체인력은 업무 미숙 매년 휴가철마다 생산성 ‘뚝뚝’ 토로

경기도내 영세소규모 업체들이 여름철을 맞아 어렵사리 휴가를 시행했지만, 휴가를 떠났던 종사자들이 근로여건 열악 등의 이유로 복귀하지 않거나 휴가자를 대신한 대체 인력들의 능률저하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휴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수원시에 위치한 전자ㆍ전기제품 제조업체인 J사는 10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회사이다. 평소 일감이 많은 편이라 일손이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여름을 맞아 직원들에게 순차적으로 4일간의 휴가를 시행했다. 그러나 직원 A씨(57ㆍ여)는 8월 첫째 주에 휴가를 갔다가 회사로 돌아오지 않고 복귀 예정일 다음 날 저녁에 회사를 찾아 사표를 제출했다.

일이 힘들고 몸이 아프다는 이유였다. A씨를 대체해 일하던 아르바이트 대학생도 그만두면서 이 업체는 휴가철 이후 오히려 일손부족이 더욱 심화됐다. J사 관계자는 “휴가철이라 신규 사원모집도 잘 안 되는 마당에 기존에 있던 직원까지 그만두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 같은 소규모 회사는 휴가철이 낀 여름이 더욱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원의 또 다른 펌프제조업체인 M사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체 직원이 17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이번 여름 직원들에게 휴가를 보내면서 빈자리에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 대체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휴가기간 며칠 동안만 대신하는 자리이다 보니 기존 직원보다 일의 효율이 떨어지고 인건비까지 이중으로 들어 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휴가에서 돌아온 직원들마저도 잡답이나 티타임이 길어지는 등 업무 적응에 시간이 걸려 애를 먹고 있다.

M사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휴가를 안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회사를 쉴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라며 “업체가 소규모다 보니 매년 여름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종사자 수 20명 이하의 제조업 사업체는 지난 2011년 기준으로 8만6천68곳에 달하고 전체 제조업 사업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순환근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마땅한 대응 매뉴얼도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