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인천 전통시장 ‘야속한 폭염’
18일 낮 12시30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역전시장.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습도까지 높아 시장 내부는 불을 한가득 지핀 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특히 찜통 같은 열기로 메워진 시장 안은 부채질 삼매경에 빠진 상인만 보일 뿐 북적거려야 할 손님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시장을 방문한 손님은 10명 안팎에 불과했다. 며칠째 이어진 폭염에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상인은 장사할 마음마저 접은 듯 일찌감치 점포문을 닫는 모습이 이어졌다.
생선가게 업주 L씨(55·여)는 “지난달에 비해 하루 매출이 무려 60% 이상 줄었다”며 “이런 폭염 속에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얼음을 계속 공급해줘야 하다 보니, 아무리 장사를 열심히 해도 적자 폭만 커진다”고 말했다.
손님들 에어컨 펑펑나오는 대형매장으로 발길돌려
송도역전ㆍ석바위 시장 상인들 온종일 땡볕속 파리만
이어 오후 2시께 남구 석바위 시장도 가마솥처럼 끓어오르는 열기에 찾아오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상인은 점포를 비워둔채 에어컨이 돌아가는 음식점 안으로 피신했다.
채소가게와 생선가게 등 10여 개의 점포는 송도역전시장과 마찬가지로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그나마 시장을 찾은 손님은 찌는 듯한 시장 안 열기에 혀를 내둘렀다. 한 손님의 옷은 속살이 내비칠 만큼 땀으로 흠뻑 젖었고, 어머니를 쫓아 시장을 찾은 한 아이는 더는 돌아다니기 싫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떼 썼다.
시민 K씨(44·여)는 “대형마트보다 시장이 집에서 가까워 왔는데, 너무 더워 고생만 하고 있다”며 “다른 때는 몰라도 한여름에는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구 신포시장, 계양구 병방시장 등 인천지역 전통시장 대부분이 연이은 무더운 날씨에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일부 상인은 자구책으로 바닥에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2~3개씩 틀어댔지만 땅에서부터 스며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선풍기에서 흘러나오는 바람 만큼이나 시장 상인의 한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장 상인 M씨(51)는 “시장 상인은 지금 폭염과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전통시장 상인은 손님의 발길이 끊긴 시장을 지키며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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