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18.김포문화원 ‘중봉문화제&김포청소년문화축제’

조선시대 애국자 ‘조헌 선생’ 충의정신 계승…문화예술로 승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상식이 됐다. 남녀노소 그렇게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지자체는 도시 브랜드나 지향점을 이야기할 때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강조한다. 도시 경계를 벗어나 새 지역으로 진입할 때 표지판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포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 예로 홈페이지에서 ‘문화’라는 그 흔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도시브랜드 ‘best gimpo’에 대한 설명문에서도 문화예술은 없다. ‘best’는 한반도 최초의 벼농사를 시작한 5천년 전통의 김포와 정체성과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진취적 미래상을 의미한다고 썼다. 동시에 ‘beautiful’(아름다운), ‘eco-friendly’(친환경적인), ‘satisfied’(만족스러운), ‘technologic’(첨단산업의)의 맨 앞 머리글자를 따, 행정 경제 교육 복지 등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포시의 심볼마크나 캐릭터 역시 지리적 특성을 부각시키는 대신,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시설 목록에서도 체육시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즘에서 김포의 역사와 문화예술은 무엇이며 어디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포문화원(원장 000)이 주관하는 ‘중봉문화제’와 ‘김포청소년문화축제’는 이 궁금증을 해소 시켜줄 만한 시의 대표 문화예술 아이템으로 꼽을 만하다.

중봉문화제와 올해로 28회째 열린 김포청소년문화축제는 지난 6월8일 우저서원 일대에서 펼쳐졌다.

중봉문화제는 무엇인가. 여기서 ‘중봉’은 김포에서 태어난 조선시대 애국자의 호다.

중봉 조헌(趙憲, 1544 ~1592년) 선생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왜군을 격퇴했다. 같은 해 8월18일 금산전투에서 순절, 평생 애국애족과 살신성인을 실천한 인물이다.

24세 때 과거에 급제한 이래 정주, 파주, 홍주목의 교수와 교서관의 저작, 박사를 거쳐 예조좌랑, 통진현감, 공조좌랑, 전라도사, 종묘서령, 보은 현감 등을 역임했다.

정치ㆍ교육ㆍ경제ㆍ군사에 관한 근본적인 개혁론을 주장했고 나아가 국가와 민족의 위기 앞에서 의병장으로 분투하며 실천하는 지식인이 됐다.

중봉문화제는 이처럼 사회 개혁가이자 교육자, 유학자, 문인이었던 조헌 선생의 삶과 사상을 되짚어보며 그 속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김포문화원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중붕 조헌 선생을 조명하고 있다.

풍물길놀이를 시작으로 우저서원과 특설무대에서 진행되는 고유제와 추모제, 내림음식제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의상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중봉고유제(告由祭ㆍ중대한 일을 치른 뒤에 그 내용을 적어서 사당이나 신명에게 알리는 제사)를 통해 조헌 선생을 기리며 그의 호국 충의 정신을 알린다. 고유제가 열리는 우저서원은 중봉 조헌 선생이 타계한 지 56년 만인 1648년에 전주 이만춘 공의 상소로 인조대왕의 윤허로 건립됐다. 대원군 당시 전국의 서원을 철폐하는 광풍이 몰아닥쳤을 때 총 650여 서원 중 헐리지 않은 47개 서원 중 하나가 우저서원이다. 해마다 봄 2월 중정일(中丁日)과 조헌의 기일인 음력 8월18일에 향사(享祀)를 지낸다.

중봉문화제에서 고유제를 지낸 후, 중봉 조헌 선생이 목숨을 건 ‘지부상소’(持斧上疏)를 재현한 연극을 상연하는 추모제가 열린다. 관직에서 물러나고서 제자 양성에 전념했던 조헌선생은 1589년 시대의 폐단을 주장하며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지니고 올리는 지부상소를 했다. 이 때문에 길주 영동역에 유배됐다가 풀려났다.

고유제와 추모제와 함께 조헌 선생의 애족 정신을 체감할 수 있는 문화제 프로그램이 바로 ‘내림음식제’다. 조헌 선생이 군사들의 보양을 위해 개발한 음식 ‘양탕’을 재현해 관람객과 시식회를 하고, 전통 음식을 판매한다.

김포문화원이 중봉문화제와 함께 청소년문화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이 같은 중봉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인다.

청소년문화축제는 같은 날 우저서원 행사장 내에서 진행되는데, 중봉문화제를 주제로 한 사진촬영대회, 백일장, 휘호대회, 사생대회 등이 각각 이뤄진다. 또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저서원에서 모여 중봉조헌동상을 참배하고 조선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 ‘후율당’과 의병의 군사훈련 기지로 사용됐던 절 ‘가산사’ 등을 돌아보는 ‘충의정신 역사기행’을 주관한다.

이처럼 중봉문화제와 김포청소년문화축제는 김포시의 역사 인물을 기리며 그의 정신을 현대에 계승하려고 문화예술의 형식을 빌린 지역행사다. 지방 문화원이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 청소년 문화예술활동 등을 아우르는 문화예술제를 통해 지역성을 확립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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