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비어 같은 약초를 가꾸듯 가난을 가꾸어라. 옷이든 친구이든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헌 옷은 뒤집어서 다시 짓고 옛 친구에게로 돌아가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잠언이다. 월든 호숫가에서 자연의 일부로 산 그를 사람들은 초월주의자 낭만주의자. 자연주의자 등으로 수식한다. 하지만 그도 꿈을 벗어나지 못한 이상주의자가 아니었을까? 그를 19세기 최고의 사상가라고 하지만 어떤 진리도 현실의 조롱이 되는 위장 같다고 나는 가끔 삐딱하게 들여다본다. 그도 결국 월든 호숫가를 떠나 연필공장의 가업을 승계하다가 폐결핵을 얻어 44세의 이른 나이에 목숨을 내려놓았으니까. ‘이제야 멋진 항해가 시작되는군.’ 그는 절명하며 나지막이 이렇게 말했다. 죽음으로부터 완성되는 게 사상이고 이상일까? 하지만 불편한 인류와의 관계에 냉소적인 내게 동의를 구한다. 청태산 숲속에서 불온한 내부를 리모델링하겠다는 세부적인 결의를 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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