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본 수표 주인’ 대부업자가 사기단에 수표 사본 넘겨 일련번호 변조 빌미 제공… 경찰, 37명 검거ㆍ8명 구속
100억원 변조 수표 사건의 전말이 두 달여 만에 드러났다.
100억원 진본 수표의 주인인 대부업자가 발행번호가 기재된 수표 사본과 통장 사본 등을 사기 일당에게 넘기면서 이 같은 범행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경찰은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수표 발행 시 예금통장에 수표번호를 기재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한편,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위조 수표 감별교육 강화, 감별기 교체 등을 건의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100억원짜리 수표를 변조, 현금으로 인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총책 나경술(51) 등 37명을 검거, 8명을 구속하고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달아난 공범 3명을 수배하는 한편, 피해액 중 34억4천942만원(압수 11억4천942만원ㆍ몰수보전 23억원)을 환수키로 했다. 몰수보전액에 대해서는 추후 검찰과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데에는 나경술이 최영길(61)을 통해 100억원 수표의 실제 주인 P씨(50)에게서 수표 발행번호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P씨는 앞서 이들에게 수표를 보여준 적도 사본을 건네준 일도 없다고 진술했으나, 진본수표의 사본(뒷번호 네자리 가리고 복사)과 통장사본(수표번호 전체가 기재)을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들은 범죄수익금 100억원을 나경술 51억8천100만원, 최영길 3억1천만원, 수표 변조책 K씨(59) 1억1천만원, 전주 알선책 K씨 형제(43ㆍ42) 5억4천800만원, 환전책 7명 2억100만원 등으로 나눠 챙겼다.
특히 나경술은 이를 유흥비로 2억6천만원, 채무변제로 3억5천만원, 주변 지인 생활비로 6억2천만원 등 범행 후 한달 만에 15억7천500만원을 탕진했다. 또 13억원을 지인에게 빌려주고 10억7천만원은 산업채권과 호텔투자 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모두 23억7천만원을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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