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청著 ‘상소문을 읽으면 조선이 보인다’

상소(上疏)제도는 조선왕조 시대에 언로(言路)의 구실을 했다. 조정의 벼슬아치, 모든 백성들, 기생들까지 임금의 잘못 등을 적은 상소를 올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꽃 핀 상소제도를 통해 조선 왕조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 ‘상소문을 읽으면 조선이 보인다’(구자청著ㆍ역사공간刊)이 나왔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관료와 학자뿐 아니라 일반 유생들에 의해 올려진 상소는 수만 건에 이른다. 상소 중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사직, 탄핵, 정치 논쟁, 민폐시정 요구 상소 등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의 주요 사건과 관련해 시대 순으로 25건의 상소문을 선별해 수록했다. 상소의 배경과 상소문을 올린 뒤의 변화 등을 기술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상소문을 통해 한 시대를 살아간 지성인들의 고뇌에 찬 시대 의식과 올곧은 선비의 기상, 그리고 백성들의 애환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율곡 이이는 국정 전반에 거친 개혁개방 방안을 담은 금과옥조와 같은 ‘만언소(萬言訴)’를 올렸으며, 조헌은 포의의 선비로 왜적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부상소(持斧上訴)’를 올렸다.

하지만 정쟁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고 결국 무방비 상태에서 왜적에게 짓밟히고 말았다. 이후 병자호란 때에는 대의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뇌하는 조선 선비들의 모습이 상소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조선의 상소제도는 국가ㆍ사회적으로 볼 때, 공론을 조성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순기능과 더불어 권력의 도구 내지는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역기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통과 갈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좋은 도서다.

한편, 저자는 여주 출신으로 중앙부처인 총무처를 거쳐 국무총리산하의 한국행정연구원 행정실장을 지냈고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30년 공직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한학자이자 전통문화연구가’로 활동 중이다. 값 1만4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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