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원 누구나 일상에서 함께 나누는 보편적 가치 확산이 중요
각종 사회복지단체 등을 통해 기부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부 문화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보는 3차례에 걸쳐 ‘기부문화의 진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기부의 기본 개념과 현주소,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고 기부문화 정착 사례를 통해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대한민국 기부, 가나에 이어 45위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기부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오늘날 기부문화는 한 나라의 시민의식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 잡았다. 기부는 세금이나 경제활동과 같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옛 선조의 상부상조 정신을 바탕으로 한 두레, 향약, 계, 품앗이 등을 통해 나눔의 문화를 형성해왔고 현대에 와서도 그 형태를 달리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더이상 ‘기부’는 연말에만 국한된 행사가 아니다. 경제 성장으로 국민의 인식변화를 통한 기부문화 확산을 가져왔고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세이브 칠드런 등 여러 크고 작은 비영리조직들이 생겨나 기부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기부문화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기부 참가율이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를 포함해 60%대에 머물고 있어 기부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아직은 기부에 대한 사회적 참여가 정착되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조사의 사회참여 부문 중 기부ㆍ자원봉사에 대해 조사된 세계 기부 지수(World Giving Index) 국가별 기부현황 조사결과에 따르면 1위부터 오스트레일리아,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영국, 파라과이, 덴마크 순으로 집계됐다.(세계 기부 지수 출처 Charities Aid Foundation 2012 자료)
‘자선단체에 금전적인 기부를 한 적이 있는가’, ‘자선단체에 시간을 들여 도움을 준 적이 있는가’, ‘모르는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는가’ 의 3가지 요소로 집계된 이 통계에서 대한민국은 가나에 이어 45위에 그쳤다.
기부문화가 정착되려면 기부금액 또는 기부참가율도 중요하지만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기부하는 구성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사회복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자의 30% 정도만이 단발성 기부에서 멈추지 않고 정기적인 기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기부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일부 소수의 전유물로 한정된 개념이 아닌 비가시적인 기부로서 포괄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기부, 소액기부가 확산 돼가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기부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부문화는 한 사회 구성원들이 나눔에 대한 인식, 행동 그리고 상호작용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의 나눔 행위가 사회적 가치로서의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나눔 행위가 외부의 권력이나 압력에 의해 조작적, 일시적, 강압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가치 판단에 의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보편적 사고와 행위라 할 수 있다. 또한 기부문화는 구성원들이 사회적 가치로서 모든 구성원들에 공감과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해가는 사회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흔히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민은 의무가 아닌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달, 매년씩 정기적으로 기부하는데 이런 ‘기부’가 익숙하게 퍼져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는 게 ‘기부문화’인 셈이다.
■재능기부 문화 확산 필요
기부의 형태는 기부대상물 가치의 크고 적음에 따라 거액기부와 소액기부로 나눌 수도 있고 기부주체에 따라 구분될 수도 있다. 또한, 기부하는 재화가 금전이나 물적 재화인지 무형의 지적 재능인지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기부문화는 물적인 기부에서 재능기부로, 기업위주의 큰 기부에서 개개인의 소액 다수 기부로 변화해가고 있다.
서울시 구로동에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눔부가 현재 진행 중인 재능나눔버스 사업 역시 기부활동 중 재능기부의 일환이다. 예술가가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촌, 군사경계지역 등 특수상황지역을 직접 방문해 그 지역 아이들에게 재능기부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외에도 직원들은 정기후원대상자를 선정해 영재 아동을 후원하는 등 예술문화를 통한 기부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눔부 김재중 부장은 “기부에는 금전기부, 재능기부 등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기부라는 큰 맥은 함께하고 있다” 며 “예술나눔활동 역시 다른 기부활동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기부문화 정착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기부에 대해 인식하는 특징적 요소 중 하나는 기부의 지속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부를 일회에 한해 그 시기와 대상을 한정하는 특징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인식은 특히 계절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 대상도 불우이웃이나 양로원, 아동시설에 한정돼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부행위가 일상생활에 자리 잡고 있기보다는 매우 특수한 행위로 인식하고,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나 주체는 특수한 지위나 입장에 놓인 사람이나 조직이 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 개인 기부행위는 적어지고 기업이나 재벌들 위주의 기부가 형성돼 기부주체가 극히 제한적이다.
기부는 반드시 돈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매우 단순한 인식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부행위를 하더라도 얼마의 돈을 어느 시설에 기부했다는 식의 홍보는 기부대상물을 돈으로 한정하도록 야기시킨다.
기부단위에 대한 몰가치성은 기부가치의 크고 작음에 따른 사회적 인식을 표현하는 데 유용한 개념으로 우리 사회는 큰 기부 즉, 큰 금액의 기부에 대해서는 중요시하고 작은 수많은 형태의 기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기부행위로 인해 모금된 물적 재화에 대한 관리와 운영의 측면에서 투명하지 못한 부분도 기부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사회복지단체 관계자는 “그 기부의 영향은 소액 다수의 기부가 사회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큼에도 기부단위에 대한 몰가치성으로 인해 기부문화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기부운영단체의 기부금액에 대한 용처의 불명확성이나 횡령 등의 사건은 고질적인 기부문화 발전 저해요소”라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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