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중국과 지난 1992년 8월 24일에 국교를 정상화했다. 지난 21년간 한반도와 중국 대륙과의 관계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눈부시게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국교 정상화 이후 우리가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1조 달러를 훨씬 넘어섰는데, 이 금액은 1965년 일본과의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규모 보다 큰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얻은 이익은 약 4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 우리 정부 예산이 340조원 정도 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알만하다. 21년간 우리의 대중국 투자는 565억 달러에 달했는데,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공수출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지난 주 양국 정부는 한중 관계에 또다른 도약대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소식을 전했다. 바로 한중 FTA 1단계 협상의 완료다. 위에서 인용한 숫자만으로 양국간 FTA 체결을 통한 장밋빛 한중 관계와 경제적 이득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한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미 우리 먹거리의 상당부분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또 더 이상 저렴하지만 저급한 상품만 만드는 중국이 아니다. 11일 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중국 기업들은 스마트폰이나 UHD TV를 내놓으며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중 FTA를 어떻게 봐야할까. 필자는 두가지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펼치고자 한다. 먼저 앞서 체결한 EU, 미국과의 FTA 경험을 살펴보자. EU가 좀처럼 재정위기로부터 회복되지 못하면서 우리는 무역적자를 보기도 했고, 미국으로의 수출이 괄목상대할 만큼 늘어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와 EU산 돼지고기가 우리 식탁을 점령하지 않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늘어난 수입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은 안타깝지만 국민 대다수의 입장에서 봤을 때 FTA 체결로 우리 농축수산업이 사라지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지난 주 끝난 1단계 협상에서 양국은 품목수 기준 90%, 금액 기준 85%의 개방에 합의했다고 하니, 이를 통해 개방을 우려하는 분야의 이해가 상당히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두 번째 조심스러운 낙관론의 근거는 중국의 빠른 성장세다. 빠른 성장은 수요의 급증을 의미한다. 앞서 저임금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 투자했음을 언급했다. 그런데, 중국 근로자의 임금은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 외국기업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길 정도로 중국의 임금수준이 높아졌다. 중국이 단시간에 ‘세계의 공장’ 지위를 잃어버리진 않겠지만, 내수진작책과 함께 높아진 임금 수준으로 중국은 가까운 미래에 ‘세계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세계의 명품 브랜드들은 ‘차이나 러시’를 벌이고 있다. 백만장자가 매년 3만명씩 늘어나고 있는 중국과의 FTA는 우리 상품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FTA는 관세인하 뿐만 아니라 잘만 활용할 경우 마케팅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한-칠레 FTA 발효 당시 큰 폭으로 판매가 늘어난 칠레 와인 사례를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신뢰받는 품질에 FTA를 통한 관세인하와 인지도 제고를 활용한다면 기회의 문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이제 한중 FTA는 2단계 협상에 들어가 본격적인 품목별, 분야별 협상이 진행된다. 서로 민감한 분야는 조금씩 양보하고, 동시에 관심분야는 호응해주기란 동전을 똑바로 세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하나로 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고, 마음을 하나로 하여 말하면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한 역경(易經)의 문구를 인용해 깊은 우정을 금란지교(金蘭之交)라고 일컫는다. 양국 정부가 협상의 묘를 발휘해 균형된 FTA를 체결한다면 한중 양국 관계는 더욱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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