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에 접어들자 사과향기가 갈바람타고 상큼하게 전해온다. 풋 사랑의 자위에 주체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은 얼굴을 붉힌 사과. 계단을 오르자 추사의 사랑채가 있고 방문위에 세한도가 초상처럼 걸려있다. 아담한 정원은 그의 학문처럼 풍모를 지닌 채 ㅁ자 안채로 이어진다.
이 집이 서울에 있을 때 화순옹주가 추사의 증조부와 살았던 곳이다. 말다툼 끝에 사도세자의 벼루에 맞아 비운에 간 증조부 김한신, 화순옹주는 슬픔을 못 이겨 단식 끝에 목숨을 잃었다. 후일 김한신의 큰형의 셋째 아들이 옹주의 양자가 되어 대를 잇게 되고 추사는 김한신의 종손 김노경의 아들로 태어나 백부 김노영의 양자가 된다.
부근엔 정조가 세워준 화순옹주의 열녀문 홍문이 있으며 정조의 둘째딸 화순옹주의 무덤과 두 부인을 합장으로 받아들인 김정희의 묘, 그리고 그의 웅혼한 글씨들이 숨 쉬고 있는 기념관이 있다. 무엇보다 추사가 청나라에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백송이 분신처럼 이곳에 유유자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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