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칸트의 님이 철학이라던 모든 님들의 보호자. 계수나무 베어내고 무궁화를 심겠다던 만해를 접견하고 시와 사상과 종교와 민족혼을 깨운다. 수직의 파문을 가르고 묵직한 파열음을 내는 오동잎 같은. 알 수 없는 것을 형용하지 못한 채, 그래서 무너지는 가을이 시월의 마지막으로 치닫는 것을 바라만 볼 뿐. 아, 나의님은 어디로 갔는가.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한다던 만해의 영원한 행복을 기리며, 남한산성 행궁 뒤 님의 기념관에서 한용운 선생을 배알하고 돌아서는 <이별은 미(美)의 창조요, 미는 이별의 창조> 라는 알 수 없는 사유의 가을. 이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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