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사랑의 콩깍지

가톨릭교회에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인연을 맺는 결혼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 교회법으로 명문화했다. 특별히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을 사람의 손으로 풀수 없다는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을 강조하며 이혼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단지 부부의 합의로 이루어진 결혼이 합의를 무시하고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이 되면 교회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신의를 지키지 않은 혼인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혼인을 하기 전에 더 깊이 생각하고 객관적인 결정으로 후회되지 않는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신앙을 바탕으로 하느님께서 맺어주는 인연이라고 할지라도 갈수록 성격차이와 인간적인 갈등으로 결혼생활을 지속하지 못하고 사회적 이혼으로 교회를 떠나는 신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혼인전 의무적으로 혼인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전국통계 1만3천여쌍 정도가 교육을 받고 결혼을 하게 된다.

혼인교육에는 2박3일로 이루어지는 약혼자 주말 교육과 일일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KANA 혼인강좌가 있는데 교육을 받으러 오는 청춘 남녀를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모두가 사랑으로 들떠 있고 눈빛은 서로에게 고정돼 있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며 누군가 자신의 파트너를 훔쳐갈까 싶어 손을 꼭 잡고 팔짱을 끼며 오로지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사랑으로 에너지가 넘쳐난다.

어쩌면 그렇게도 모두가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이런 젊은이들에게 배우자 될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적으라고 하면 모두가 장점만 가득 적어 놓고 단점을 별로 쓰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단점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결혼한 지 10년 이상 된 부부들에게 각각 남편과 아내의 장단점을 써보라고 하면 모두가 단점만 잔뜩 적어 놓고 장점은 하나같이 ‘없음’이라고 써 놓는다. 오랜 결혼 생활 속에 이젠 장점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모든 것이 단점 투성이요, 허점만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서로를 위한 희생과 배려는 사라지고 욕심과 이기심만 가득해 부부간에 찬바람만 분다는 것이다. 도대체 부부는 왜 그럴까? 결혼 전 서로의 눈에 씌워졌던 사랑의 콩깍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존 그레이(John Gray)라는 미국 심리학 박사는 ‘화성에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통해 남녀가 각기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전제하에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남자가 왜 연인과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필요로 하는지, 여자는 왜 변덕이 심한 것처럼 보이는지 등,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를 설명하는데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르다. 서로가 근본적으로 다른 행성에서 떠나와 결혼을 통해 지구라는 공동체의 가정을 형성하게 되는데 환경도 다르고 남자와 여자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철학, 생긴 모양, 생각하는 뇌의 구조, 같은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해하는 아내와, 말뜻을 못 알아듣는 피곤한 남편이 함께 살아간다는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남녀의 다름의 갈등은 태초부터 시작되었고 그 갈등의 역사는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에 남녀가 만나 부부로 산다는 것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하나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 되어야 하며 서로를 이해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화성과 금성에서 온 두 남녀가 지구에서 함께 살려면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지구에 적응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송영오 신부.천주교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