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발표된 논문 수만 따졌을 때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11위에 올라있다. GDP기준 우리나라가 15위인 점을 감안하면 논문의 발표 실적 면에서 우리나라는 경제력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볼 수 있다. 11과 15라는 차이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각국의 GDP를 발표된 논문수로 나눈 ‘과학기술 논문의 GDP유발효과’ 지표를 살펴보면 논문이 각국의 경제활동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2012년 ‘인용가능한 논문’ 한편 당 GDP유발 효과는 미국이 3천100만 불, 일본이 5천300만 불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천700만 불이었다.
논문 한편이 불러오는 경제적인 효과를 보면 우리는 일본의 3분의1 수준이고 미국의 절반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발표하는 논문이 경제활동에 효과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 논문의 질적 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논문의 질적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정량적 지표로 ‘피인용지수(citation)’가 있다. 피인용지수는 한편의 논문이 다른 논문에 의해 얼마나 많이 인용되었는지 그 횟수를 측정한 것이다. 피인용을 많이 받는 논문일수록 질적으로 우수하고 영향력이 크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피인용지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논문의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형적인 논문은 제목, 저자명, 저자의 소속, 논문의 요약, 서론, 실험 재료 및 방법, 실험 결과, 결과의 고찰, 그리고 참고문헌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서론에서는 현상 관찰을 기반으로 제기하는 ‘왜’라는 질문과 해당 논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이 서술된다.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실험 결과’ 부분에 나타나 있다. 그리고 실험을 계획하고 수행할 때 제기한 가설과 실험 결과가 부합하는지 아니면 다른지를 분석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부분이 ‘결과의 고찰’이다. 피인용지수는 마지막에 나오는 ‘참고문헌’과 관련이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기존에 이미 알려진 지식을 바탕으로 한걸음 더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작 뉴턴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고 했다. 기존의 학문적 근거 위에서 새로운 지식을 바라보는 것이다. 해당 논문을 작성하는 데 인용된 다른 논문이나 서적은 형식을 갖춰 ‘참고문헌’란에 정리한다. 참고문헌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사용한 경우 표절자라는 오명을 받을 수 있기에 이 부분을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할 때 자주 인용하는 논문일수록 학계에서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11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발간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1년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지수는 3.80회이다.
이는 BRICs 국가들(브라질 3.08, 러시아 2.39, 인도 3.13, 중국 3.67) 보다는 높으나 G7국가(미국 7.17, 일본 4.92, 독일 6.62, 영국 7.21, 프랑스 6.13, 이탈리아 6.02, 캐나다 6.39) 보다는 현저히 낮다. 논문 수 기준 세계 11위와 경제규모 면에서 세계 15위라는 차이는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 논문의 피인용지수와 관련성이 높다.
우리나라 경제가 추격형에서 벗어나 선도형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논문의 질적 향상이 절실하다. 학문과 학문 사이, 그리고 학문과 산업체와의 막힘 없는 대화를 추구하는 융합을 통해 질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과학기술 논문이 창출되길 바란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