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뚝’ 매출 늘어도 밑지는 장사 될라…

도내 수출업체, 환율 9개월만에 최저치 기록 ‘깊은 한숨’
“판로 유지차원… 수출 할수록 손해” 채산성 악화 심각

달러와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도내 수출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달러ㆍ엔화의 환율이 갈수록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수출단가 상승과 대외 경쟁력 약화 등을 겪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1월 1천54.5원을 기록한 이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인 1천54.3원을 기록했다. 다행히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구두개입으로 1천61.0원에 거래를 마감하긴 했지만, 수출업체들의 불안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엔화 환율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로 3개월 전에 비해 1.79% 하락한 1천093.83원대(24일 기준)를 기록하는 등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환율 하락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환율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중소 수출업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평택 산단로에 위치한 W전자 제조업체는 환율 하락으로 벌써부터 극심한 채산성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수입은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안산 원곡동에 위치한 철강제품 수출업체 H실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환율 하락으로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결제받는 어음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남는게 없는 장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W업체의 대표 김모씨(48)는 “환율 하락 때문에 수출이 늘어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경우 수출을 할수록 더 손해를 보게 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H실업 박모 대표(54)도 “받아야 할 어음의 가치가 이미 80%정도 수준으로 떨어졌다”라며 “현재 수출을 지속하는 이유 또한 수익이 나서라기 보다는 판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업체들의 불안한 상황을 반영하듯 중소기업중앙회가 27일 발표한 11월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지난달보다 1.5p 줄어든 91.9를 기록, 2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 움직임이 다소 과한 것은 사실”이라며 “갑작스런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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