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노후 재테크 수단 옛말 세입자 못찾아 장기 공실 늘어 ‘울며 겨자 먹기’ 임대료↓ 불사 도내 2~3년전比 10%가량 ‘뚝’
경기 침체로 수입 감소를 겪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과거 안정적인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상가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장기간 상가를 놀리거나, 임대료 인하 등 세입자들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가 소유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70여개 상가가 입주해 있는 수원시 정자동 W빌딩 내 45㎡규모의 상가를 소유한 노모씨(64)는 매년 조금씩 올려 받아왔던 임대료를 최근 낮췄다. 지난 9월로 2년 계약이 만료된 세입자가 수입 감소로 임대료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과거와는 달리 상가 세입자를 찾지 못해 상가를 놀리는 상가 소유주들이 많다는 소식을 접한 노씨는 어쩔수 없이 세입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로 했다. 결국 보증금 3천만원에 월 200만원의 임대료를 받아왔던 노씨는 보증금을 2천500만원으로 줄이고 월세도 150만원으로 낮추는 조건에 재계약했다.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H빌딩 내 2개 상가를 소유한 정모씨(64)도 사정은 마찬가지. 상가 임대를 통해 매달 500여만원의 월수입을 올려왔지만, 1개 상가가 3개월째 세입자를 찾지 못하면서 수입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정씨는 2~3년 전보다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10% 가량 낮췄지만 아직까지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모씨는 “수백~수천만원의 권리금이 오갈 정도로 경기가 좋았을 때는 주인이 임대료를 올려 받지 않을지 세입자가 걱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는 그 반대가 된 것 같다”며 “안정적인 노후를 기대했는데 요즘은 불안하기까지 하다”고 걱정했다.
정모씨도 “상가 2개를 갖고 있다고 하면 부자인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상가 임대료 수입에서 대출 이자를 뺀 금액이 가계 수입의 전부인데 자꾸 수입이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가 임대료가 낮아지는 현상은 도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0만~400만원 대(45㎡규모)에 달했던 수원시 정자동 W건물과 H건물의 임대료는 2~3년 전에 비해 평균 10~15% 가량 낮아졌다. 또 400만~600만원에 달했던 성남 판교 일대의 상가 임대료도 2~3년 전에 비해 10%가량 떨어진 280~42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위치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상가 시세가 이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경기 침체와 공급 증가 등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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