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문화이용권 현장을 가다]5.포천지역 어린이 대상 인형극

호랑이 보고 울다 뿡뿡이 흉내에 까르르… 소외지역 아이들과 ‘문화교감’

경기도인형극진흥회의 회원단체인 극단 ‘봄’이 포천을 찾았다.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이용권 사업으로 추진하는 ‘가가호호 문화교감’의 일환으로 공연하기 위해서다. 포천은 철책선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군부대가 많아 개발이 더딘데다, 교통편도 잘 갖춰지지 않은 탓에 주민들이 충분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해왔다.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에게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해 문화적 자극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극단 ‘봄’은 공연 장소를 포천으로 결정했다.

■ 공연 시설 부족한 포천에서 문화 향기 솔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0분 포천시 군내면 반월아트홀의 한 소극장. 도심과 떨어져 있어 좀처럼 문화혜택을 보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인형극이 마련됐다. 배우를 포함한 단원들은 공연이 시작하기 1시간여 전부터 무대를 설치하고 공연에 쓸 인형과 각종 소품을 점검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윽고 포천지역 5곳 어린이집의 승합차가 속속 도착했다. 4~6세의 어린이들은 교사 인솔에 맞춰 승합차에서 줄지어 내리고는 극장에 들어섰다. 저마다 얼굴에 함박 웃음꽃을 피운 아이들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올라 있었다.

공연 시작 전까지만 해도 객석 곳곳에서 웅성대며 떠들던 아이들은 객석등이 꺼지고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무대에 집중했다.

인형극은 총 세 편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됐다. ‘호랑이와 곶감’, ‘토끼와 호랑이’, ‘호랑이 형님’ 등 모두 호랑이를 공통 소재로 한 극이다.

‘어흥!’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이 큰 호랑이 탈을 쓴 배우가 등장하자 객석 곳곳에서 소스라치며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 호랑이는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임이 확실해보였다.

하지만 호랑이가 곶감이 무섭다며 도망칠 때나 토끼의 꾀에 속아 이빨이 다 부서지는 장면에서는 통쾌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호랑이가 나무꾼을 잡아먹으려다 ‘방귀대장 뿡뿡이’를 흉내 내며 뿡뿡 소리를 내자 까르르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호랑이와 나무꾼이 마지막에 서로 형제가 돼 우애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 주인공인 호랑이를 비롯한 단원들은 아이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등 추억을 선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공연을 관람한 김승현양(4)은 “토끼가 호랑이에게 떡이라며 돌멩이를 건네주거나 호랑이가 꼬리가 얼어서 도망을 가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토끼처럼 지혜롭고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동을 지도하던 포천시청어린이집 원정순 교사(31)도 “주변에 문화시설이 거의 없어 아이들이 좋은 공연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인형극을 볼 수 있어 모두 즐거워했다”며 “극중에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전통음악을 들려줘 더욱 흥미를 끌었다”고 말했다. 

■전래동화 소재로 한 인형극으로 우리 문화 알린다

극단 ‘봄’의 인형극은 전래동화나 민화 등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흥미롭게 재구성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교육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호랑이는 우리나라 전통 회화나 전래동화 속에서 공포스러운 존재, 때로는 코믹하고 의리 있는 모습 등 다양하게 묘사되는데 이를 인형극을 통해 보여줬다.

병풍식 무대배경에 내걸린 민화 ‘호랑이와 까치’도 눈여겨볼 만한 무대장치다. 각 인형극이 끝날 때마다 그림 속 호랑이와 까치를 병풍 뒤에서 조작해 마치 두 동물이 살아 움직이며 대화를 나누는 듯 해설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동물에 대한 선조들의 인식과 다채로운 표현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극단 대표(48)는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전통 사상에서 영물로 불릴 정도로 우리 민족과 친숙한 동물”이라며 “어린이들은 20분만 지나도 집중력이 흐려지는데, 공연이 끝날 때까지 눈길을 팔지 않고 시종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배우들도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인형극진흥회는 이번 경기문화재단 ‘가가호호 문화교감’ 참여를 계기로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 상연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진흥회는 지난 3월 인형극단 인프라 구축 및 인형극 활성화를 위해 설립,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인형극 회원 단체와 도내 공립유치원 및 문화소외지역 아이들을 매칭시켜 찾아가는 공연을 선보이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이와 관련 김강식 상임이사는 “이번 문화이용권 사업 참여를 통해 인형극이란 공연장르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지난 7월에도 문화 소외계층을 발굴해 문화혜택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면서 나눔의 기쁨을 누렸는데,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설아ㆍ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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