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에서 발표한 2010년 교통사고 국제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자동차 10만대 당 사망자 11.3명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경제 수준과는 별개로 교통문화는 후진국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게 되기까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통문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싶다.
혼자만 빨리 가려고 기나긴 대기 차량을 무시한 채 진입로로 끼어드는 얌체운전, 신호를 밥 먹듯이 무시하는 불법운전,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불쑥 끼어드는 난폭운전 등 남을 배려하지 않는 운전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운전에 능숙한 사람은 능숙한 사람대로,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대로 각자의 방법으로 운전하는 게 대한민국의 법이다.
한 외국인은 방송을 통해 “한국의 운전면허는 머리 좋은 원숭이도 딴다”고 꼬집었다. 면허를 딸 때 운전자가 갖추어야 할 에티켓은 가르쳐 주지 않고 면허 따는 공식만 알려준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운전 하나만 봐도 법과 규정을 무시하고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져 우리 사회가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으니 정말 큰일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좋은 습관을 유도하고 나아가 안전문화를 만들어내고자 새로운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경기도 안전문화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민간 주도의 안전문화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구호에 그치기 쉬운 안전문화를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내세운다.
그 첫 단추가 바로 ‘나쁜 운전 습관 바로잡기’이다.
심리학에서는 나쁜 습관을 고치는 방법으로 큰 목표를 잡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해서 완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한 번에 확 바꾸는 것보다는 조금씩 실천해서 새로운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습관은 좋은 인격을 낳고, 그것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경기도가 좋은 습관을 통해 안전문화를 확산하는 일은 무형의 안전자산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유형(有形)의 사회간적자본이 자산이었다. 이제부터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무형(無形)의 사회 자본이 형성될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다. 경기도가 일으키는 안전문화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무형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임에 틀림없다.
송은실 경기도 안전총괄담당관 안전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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