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ㆍ3평화문학상 수상작, 구소은 장편소설 ‘검은 모래’ 출간

제주4ㆍ3평화문학상의 1회 수상작 ‘검은 모래(은행나무刊)’가 출간됐다. 구소은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기도 한 이번 작품은 제주 우도의 검은 모래 해안에서부터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까지 4대에 걸쳐 이어지는 한 잠녀 가족의 삶의 역정과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제주도 출신 한 잠녀 가족이 일본 바다로 출가물질을 갔다가 도쿄 남쪽의 미야케지마 섬에 정착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 소설에는 잠녀의 신산한 삶과 재일조선인으로서 겪게 되는 민족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따른 이념적 갈등 등의 장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일련의 디아스포라 소설들처럼 역사의 부침 속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삶의 궤적을 쫓으면서도, 상처를 헤집어내기보다는 공존과 평화를 전망하는 작가의 깊은 통찰과 역사의식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돌올하게 빛난다. 작가는 꼼꼼한 자료 조사와 탁월한 서사 구성 능력, 치열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냈다.

소설은 1910년부터 100여 년에 걸쳐 제주도를 중심축으로 삼고 남북한과 일본의 역사를 조망하는 4대에 걸친 가족사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족사 소설은 대개 가부장제 혈통(아들)을 중심축으로 삼는데 ‘검은 모래’는 제주도 여인의 운명과 신분을 상징하듯 모계 중심의 여인(딸)을 주인공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구월(딸)-해금(딸)-건일(외손자)-미유(외증손녀)로 이어지는 서사구조인데, 해금과 미유가 중심축에 놓여 있다. 구월과 해금이 과거 지향적-제주 지향적이라면 건일은 과거 망각형 현실주의자이고, 미유는 과거와 현실의 조화를 통한 미래 지향적으로 일관한다.

현기영, 김병택, 윤정모, 임헌영, 최원식으로 구성된 제주4ㆍ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소설들이 서사성(이야기)을 잃고, 그에 따라 독자도 잃고 트리비얼리즘의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의 경향인데, ‘검은 모래’는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며 한 잠녀 가족사에 얽힌 진실과 오해, 화해의 과정을 탁월하게 그려냈음을 강점으로 꼽았다.

구소은 작가는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5년에 걸친 구상과 집필 끝에 탄생한 첫 소설 ‘검은 모래’로 2013년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한국소설의 서사성 회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와 평을 받았다. 현재 경기도 일산에서 거주하며 다음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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