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나는 내가 쓰는 소설은 무조건 아름다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 곳이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든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올해로 등단 20주년이 된 소설가 김연수(43)가 다섯번째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문학동네刊)을 펴냈다.
1993년 등단 후 그보다 더 오래고 튼실한 문학적 내공으로 오로지 글쓰기로만 승부해온 김연수의 그간 행보는 동세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뚜렷하고 화려했다. 6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을 통해 다작을 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문학상들의 잇단 수상. 새로운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열혈 팬심은 물론이요, 문단 안팎의 신망은 그만큼 두터워진 게 사실이다. 어느 시인의 단언처럼 ‘21세기 한국문학의 블루칩’ 소설가로서 이미 일가를 이룬 작가 김연수.
이번 소설집은 지난 2008년 여름부터 올 봄까지 5년 동안 저자가 써온 소설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제3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부터 2010년 겨울에 발표한 표제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등 모두 열한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작가 김연수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문제는 다르다. 속일 수가 없다. 쓸 수가 없다. 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타인의 삶을 쓸 수 없다, 는 걸 인정하고 포기하는 데서부터 나는 오히려 시작한다.”고 말한다.
너의 삶을 이해한다, 안다, 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김연수의 소설이 가지는 힘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제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일까. 특히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열한 편의 단편소설은 작가(혹은 작중 화자)의 개입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누나가, 이모가, 들려주는 제 삶의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경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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