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 먹고 알도 먹으려는 하림에 농가 분통

친환경인증 농가서 공급 브랜드 달아 판매

국내 닭고기 점유율 1위 업체인 하림이 계란 유통사업에 진출해 양계농가와 소상공인들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림은 친환경농가 인증을 받은 22개 사육농가로부터 공급받은 무항생제 계란을 자사의 친환경 닭고기 브랜드인 ‘자연실록’ 브랜드로 대형마트와 SSM 등을 통해 판매한다고 28일 밝혔다.

하림은 제품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생산농가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공급할 계획이며, 수도권에는 계란 물류의 전문성을 가진 3개 유통 집하장을 통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하림은 친환경 인증 농장들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거래처 확보와 유통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계란을 요구하고 있어 하림이 가교 역할을 맡는 것이라며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양계농가와 계란유통업자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유통사업 진출이 닭고기에 이어 계란의 수직계열화로 확산되고 독과점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닭고기 산업은 농가에 위탁사육을 하고 사료, 동물약품, 도축, 가공, 판매 등은 업체가 모두 담당하는 수직계열화 방식인데, 사육보수나 농가 상대평가 등 농가들에게 불리한 계약으로 계열주체와 농가 사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한양계협회는 성명을 통해 “하림은 계열사인 ‘올품’ 도계장을 지을 때도 수출만 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국내 시판이 되고 있는 것처럼 계란 유통만 하겠다는 것도 거짓”이라며 “육계, 양돈, 계란 모든 축종을 다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이며 농민과 중소상인은 종속관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추진위원회도 “하림이 계란 유통에 뛰어든 것은 이미 CJ나 풀무원 등 대기업의 진출로 벼랑 끝에 몰린 우리 소상공인들을 낭떠러지로 내미는 상황으로 명백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라며 “하림이 뜻을 꺾지 않는다면 700만 소상공인과 함께 불매운동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계란유통협회 수원지부 관계자 역시 “대기업에서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계란까지 건드리면 가격경쟁력에서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밀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계란을 생산 공급함으로써 농가와 회사, 계란유통 상인들이 서로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육농가가 회사와 종속관계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으며 오히려 반기고 지원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구예리기자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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