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7년만에 대한민국 ‘최고의 팀’ 도약
‘명문’(名門) 팀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수한 선수와 이를 잘 조련할 수 있는 지도자, 그리고 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삼위일체’(三位一體) 돼야 가능하다.
여기 그 팀이 있다. 창단 7년 만에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 육상팀으로 도약한 ‘신흥 육상 명문’ 김포시청 여자 육상팀(감독 김원협)이 바로 그곳이다.
김원협 감독 취임 이후 서서히 두각
‘명장 밑에 약졸 없다’ 꼴지의 대반란
지난 2007년 1월 창단된 김포시청 여자 육상팀은 초창기만 해도 국내 육상계에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며 ‘도민체전용 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명장(名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는 말처럼 수많은 국가대표급 단거리 선수들을 키워낸 김원협 감독(64)이 지휘봉을 잡은 김포시청은 창단 1년 뒤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뒤 마침내 국내 최고의 팀으로 부상했다.
김 감독은 창단 첫해 단기간 내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성심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했으나, 결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그는 단기간 성적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재능을 가진 선수들을 영입해 단계적으로 기량을 끌어올리기로 마음먹고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눈여겨보며 이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좋은 신체적 조건과 충분한 재능이 있음에도 지도자가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주위 환경이 안돼 우수한 재목들이 묻혀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팀 여건상 많은 스카우트비를 들여 선수를 영입할 처지가 아니어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뽑아 키우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여자 실업 100m 1인자인 정한솔(20)과 주장 오세라(26), 박소연(26), 민지현(25) 등이 대표적인 선수로, 김 감독이 진흙 속에서 발굴해낸 ‘진주’들이다. 실업 2년 차로 팀의 막내이자 159㎝의 ‘단신 스프린터’인 정한솔은 고교 졸업 때까지 전국 2~3위권 선수였지만 김포시청에 입단해 김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급성장, 여자 최고의 스프린터로 성장했다.
또한 오세라 역시 타 실업팀에서 2년간 생활을 했으나, 성적이 신통치 않아 방출됐다가 김포시청에 입단하면서 400m 정상급 선수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100m가 주종목인 박소연은 타 팀에서 기록이 13초대에 불과해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제는 11초대를 뛰는 선수로 변모했다.
민지현은 실업팀에서 주 종목이 없이 이 종목 저 종목 전전하다가 6개월간 스피드 훈련에 전념한 끝에 지난 6월 ‘2013 고성통일전국실업육상대회’ 400m서 첫 종목 우승을 차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창단 7년간 금·은메달 각각 62개, 동메달 43개… 우승 싹슬이
선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트레이닝이 비결
김포시청 육상팀에는 프로농구에서 육상으로 종목을 전환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색 이력’의 혼혈 선수도 있다. 그 주인공은 장예은(26)으로 서울 선일여고를 졸업하고 2006년 춘천 우리은행에 1순위로 지명돼 프로농구 선수생활을 하던 그녀는 바뀐 팀 분위기와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견디지 못하고 1년 만에 방출돼 육상으로 종목을 전환했다.
김 감독은 지인의 소개로 장예은을 영입했지만 육상과 농구의 근육 사용이 다른 데다 기초가 부족한 그녀를 세심하게 조련한 끝에 400m와 800m 선수로 지난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까지 키워 놓았다.
이 밖에도 김포시청에는 170㎝의 장신 유망주로 김 감독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선수”라고 치켜세우는 장소망(20) 선수가 있다. 지난해 정한솔과 함께 김포시청에 입단한 장소망은 훈련 중 피로골절로 인해 재활훈련을 하고 있지만 상태가 호전돼 내년 시즌에는 단거리 종목에서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김 감독은 전망했다.
창단후 7년 동안 김포시청이 거둔 성적은 전국대회에서 100m 10개, 200m 12개, 400m 7개, 800m 2개, 400m계주 15개, 1천600m계주 16개 등 62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은메달 62개와 동메달 43개를 포함하면 무려 167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국내 어느 실업팀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특히, 김포시청은 선수들의 고른 기량을 앞세워 400m계주와 1천600m계주에서 무적 질주를 이어가고 있으며, 1천600m계주에서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경기도 선발팀에 3명이 포함돼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시의 전폭적인 지원도 발전의 원동력
감독의 선수 사랑… 성적으로 이어져
김포시청 육상팀은 이제 김포시의 자랑거리가 됐다. 이처럼 김포시청이 단기간 내 명문팀으로 도약한 것은 매년 연초 1년 훈련계획과 분기별·월별·주간 훈련계획, 1일 훈련계획 등 치밀한 준비아래 선수 각 개인의 특성에 맞춘 김 감독의 맞춤훈련과 끊임없는 소통, 선수-지도자 간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포시청은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훈련량이 많은 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김 감독의 소신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훈련시간 외에 선수들의 사생활은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주장을 중심으로 합숙소 생활이 이뤄지며, 다만 선수들의 생체리듬 유지를 위해 취침 시간만은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또한 주 1~2회 커피숍 등에서 티타임을 갖고 소통할 뿐만 아니라 선수 개인의 가정사 등 고충에 대한 상담과 함께 문제가 있을 시 이를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며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고 있다.
시의 전폭적인 지원도 김포시청 육상팀이 발전하고 있는 원동력이다. 유영록 시장이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깊은 관심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으로 훈련 여건을 조성해 주고 있다.
주장인 오세라 선수는 “우리 팀은 다른 팀들이 부러워 할 만큼 동계 20일씩 2회 전지훈련, 하계 35일 전지훈련 등 훈련여건에 제약이 없어 마음 놓고 훈련하며 선수들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라며 “숙소 생활에서도 선·후배간 우애가 돈독하고 감독님을 중심으로 신뢰감을 갖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포시청 육상팀은 침체해 있는 한국 여자육상의 도약을 선도한다는 각오로 오늘도 힘차게 트랙을 달리며 미래로의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글 _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육상계의 마이다스 손’ 지도자… “나는 아직도 기록에 배고프다”
“한국신기록 선수 배출, 아름다운 마무리 희망”
“더 연구하고 노력해 제 손으로 한국기록을 작성하는 선수를 배출, 대한민국 육상 발전에 기여하고 아름답게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국내 최고령 실업 육상팀 지도자인 김원협(64) 김포시청 육상팀 감독은 35년의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수 많은 스타를 배출해 ‘육상계의 마이다스 손’ 으로 불리고 있는 지도자다. 김 감독은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제대로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이는 나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한국육상이 발전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는 것은 선수와 지도자 모두의 책임으로 분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양 관양중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양명고와 안산시청, 영주시청을 거쳐 지난 2007년 김포시청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평소 연구하는 지도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지도자는 밤잠을 안자고 분석하고 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신은 외국의 육상관련 서적과 국내 초빙 외국인 지도자나 외국에 훈련을 다녀온 선수·지도자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 국내 선수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접목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연초에 선수별 연중 맞춤 훈련계획을 세운 뒤 개별적인 미팅을 통해 계획과 목표를 함께 논의한다”며 “특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남자선수 보다 민감한 여자선수에게는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감독은 “지도자는 훈련을 잘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수의 생각과 일상생활 등에 대해 읽을 줄 알아야 한다”며 “스승과 제자의 벽을 허물고 훈련과정과 사생활 등에 대한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많은 소통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예로 “대회기간과 겹치지 않으면 설과 추석 명절 만큼은 부모님과 함께 보내도록 하고 있다”라며 “장기간 합숙훈련으로 인해 심신이 지친 선수들이 비록 짤은 기간이나마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위로받고 사기를 충전할 수 잇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직도 한국 육상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히면서 “반드시 내 손으로 키운 선수가 한국기록을 단축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연구하겠다. 선수들이 나를 믿고 따라준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글 _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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