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호 칼럼] 물범의 절규, 저어새의 눈물

임병호 논설위원ㆍ社史편찬실장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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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백령도는 ‘점박이 물범’, 독도는 ‘강치(바다사자)’가 지킨다는 말이 전해왔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된 점박이 물범은 고래와 함께 해양 포유동물로 꽃게, 까나리 등 풍부한 먹이자원이 있는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에 무리지어 살았다.

바다속에서 자유롭게 남북한을 오가는 특성이 있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아시아의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의 숨결’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가 됐다. 둥글둥글하고 귀엽게 생긴 모습도 장점으로 작용됐다. 이 점박이 물범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중국 어부들이 백령도 근해에서 점박이 물범과 먹이 자원을 잡아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환경부의 모니터링 결과 52마리가 관찰됐다. 1940년대 8천여 마리가 살았다는데 특히 새끼 점박이 물범이 줄었다. 문제는 환경부의 주먹구구식 대처다. 모니터링 장소와 관찰시기, 관찰 회수 등이 일정하지 않고, 육안 관찰에만 의존한다. 환경부의 점박이 물범 관련 예산이 선박 대여비를 비롯해 175만원부터 730만원까지 매년 다르며 올해는 247만원에 불과하다.

점박이 물범들이 위기에 처했다

독도를 지키던 강치는 일본 어부에 의해 도륙당해 결국 자취를 감췄다. 점박이 물범도 강치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지 모른다.

인천지역 갯벌, 하구 등에서 서식하는 겨울철새 저어새도 보호대책이 없다. 부리를 벌려 물 속에서 휘휘저어서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날 때는 목을 곧게 뻗는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된 뒤 지난해 5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저어새는 전세계적으로 2천여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인천지역 강화도 각시암과 중구 매도, 수하암, 남동유수지 등을 찾는다.

그러나 저어새 번식지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저어새 번식지에 대한 안내표지판조차 없다. 무인도 등 섬지역엔 입도(入島) 제한 같은 출입금지 조치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람들 때문에 눈물 흘리는 저어새들

특히 저어새와 번식지에 대한 주기적인 관리ㆍ감독 등을 할 인력은 물론 관련 예산도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저어새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만 됐을 뿐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없다.

걱정꺼리도 많다. 저어새 알이 허리 통증 완화에 효험이 있다는 말이 돌아 사람들이 저어새 번식지에 들어가 둥지에 있는 알을 훔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수백만 원 선고에 그친다.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계가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은 번식을 위해 인천지역을 찾는 저어새들을 외면한다.

지난 29~30일 이틀간 인천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한 ‘2013 송도 갯벌 저어새 큰잔치’가 열렸다. 저어새와 송도 갯벌 습지보호지역 등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지속적인 보전방안을 논의한 자리였다. ‘갯벌, 저어새, 도시 공존을 꿈꾸다’, ‘청소년, 저어새 나는 인천을 꿈꾸며’ 등을 주제로 어린이들의 저어새 노래, 시낭송, 연극 등 공연도 펼쳤다.

이날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저어새의 먹이활동이 이뤄지는 송도 갯벌의 상태는 최악에 가까운 5~6등급에 해당돼 갯벌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당국의 감시활동을 촉구했다. 송도 갯벌에 대한 환경오염이 계속된다면 2009년부터 찾아오는 저어새를 앞으로 볼 수 없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비단 점박이 물범ㆍ저어새 뿐만이 아니다. 환경오염ㆍ훼손 등으로 수많은 천연기념물 동ㆍ식물이 사라져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백령도 해역에서 점박이 물범들은 “중국 어선들이 우리를 잡으러 몰려온다. 우리를 지켜 달라!”고 절규한다. 둥지의 알까지 훔쳐가는 사람들을 원망하며 저어새들이 눈물을 흘린다. 백령도에서 ‘평화의 숨결’로 살 수 있도록 점박이 물범을 지켜주자. 인천지역이 좋아 찾아와서 고통을 겪는 저어새들의 눈물을 씻어주자.

임병호 논설위원ㆍ社史편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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