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아사다 지로의 새로운 번역작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문학동네刊)이 나왔다.
‘철도원’, ‘산다화’, ‘사고루 기담’ 등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주옥같은 단편집과 ‘칼에 지다’, ‘창궁의 묘성’ 등의 대작 시대소설로 필력을 인정받는 아사다 지로의 이번 단편집은 단편에서 빛을 발하는 특유의 유머와 감성뿐 아니라 시대소설의 중후함도 함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작품집이다.
메이지 시대 초기,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무사들의 모습을 그린 여섯 편의 단편에서 시공을 뛰어넘은 감동과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표제작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는 원래 무가 중심이었던 행정구역의 개편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무사들의 ‘뒷마무리’, 즉 현대로 따지자면 정리해고 업무를 맡게 된 이와이 고로지라는 남자의 여생을 그의 손자가 훗날 노인이 돼 자신의 손자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다른 단편에서도 지금껏 살아온 모습과 사회적 위치, 나이와 성격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같이 새로운 시대에서 소외된 이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사내들이 등장한다. 무가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상점 심부름꾼으로 키워지는 소년(「동백사로 가는 길」), 기억도 희미한 옛 전투에서 적병에게 써주었던 목숨값 증서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말단 관리(「하코다테 증서」), 호위 무사였던 자신의 눈앞에서 참변을 당한 옛 주인의 복수만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사내(「석류고갯길의 복수」) 등. 의식주뿐 아니라 시간의 단위와 날짜 세기까지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너무나도 빠르고 다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해나가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국내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시대배경이지만, 희대의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처럼 어떤 주제로든 보편적이고 가슴 찡한 감동을 자아내는 아사다 지로의 저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역사책이나 사료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그 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 책만의 매력이다. 값 1만1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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