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알바 울리는 못믿을 ‘구인정보사이트’
“구인정보사이트에 근로조건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업소들은 의심부터 해야 한다니까요.”
김형우군(18·인천 연수구)은 지난달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후 저녁 시간을 활용해 아르바이트하기로 했다.
구인정보사이트에서 편의점과 PC방 아르바이트를 검색하던 김군은 정확한 근로조건을 확인하느라 업소마다 일일이 전화를 해야 했다.
업소 상당수가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라고 명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화를 걸더라도 듣는 답변은 “협의를 해야 하니, 일단 가게에 와서 대화를 나누자”가 전부였다.
결국, 발품을 팔아 업소를 찾아다닌 김군은 이들이 근로조건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다. 법정 최저 시급(4천860원)보다 낮은 임금을 조건으로 내건 업소들이 대부분이었다.
김군은 “구인정보사이트에서 본 10곳의 구인 업소 중 7~8곳이 근로조건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며 “다 꿍꿍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솔이양(18·인천 남구)도 구인정보사이트에 ‘월급 60만 원’에 ‘근로시간 협의’라고 기재한 편의점에 아르바이트직을 구하러 갔다가 크게 당황했다.
대부분 임금 조건 협의 추위속 발품팔아 방문하면
최저 시급도 안되는 조건 ‘낚시 구인정보’에 헛걸음
해당 편의점 업주가 오후 3시~11시(8시간)의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내건 것이다. 근로시간과 월급을 고려하면 시간당 4천 원밖에 되지 않는 수준에 당황한 박양은 발길을 돌렸다.
박양은 “골탕먹은 기분”이라며 “법으로 최저 시급을 정해놓아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인정보사이트에 제대로 된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채 청소년을 속이는 악덕 구인 업소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인정보사이트 5곳을 확인해본 결과 인천지역 구인 업체 91곳이 급여 등 근로조건을 ‘협의’로 명시했으며, 이 중 92.3%(84곳)가 청소년들이 쉽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편의점과 PC방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월급과 근로시간을 함께 기재한 업체 15곳은 모두 법정 최저 시급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으려면 임금, 수당 등이 쓰인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며 “지역 내 학교 30곳 등에 안심알바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청소년 근로조건 지킴이를 운영해 지도·단속을 펼치는 등 청소년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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