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무정이라는 유행가 제목처럼 문막 반계리는 오랜 적막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여기저기 주저앉았다. 아들 딸 대처에 보내고 노부부가 기대어 살다가 한 사람이 먼저 죽고 남은 사람은 자식이 있는 낯선 도시에 유배되어, 먼저 간 당신을 그리다가 타향에서 운명하였을 것이다. 아니면 홀로 살다가 세상을 저버리기도 했으리. 빈집만 남은 고향은 본적지명의 고유명사만 남겼을 뿐 의미마저 서글퍼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800여년을 이 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내려다보며 살아왔다. 대칭을 이룬 거대한 조형미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눈 덮인 밭이랑 밑으로 질긴 뿌리를 내린 잡초의 사유처럼 이 마을도 한해를 살아냈다. 산다는 것이 죽음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겠지만 고향무정이 고향유정으로 도란도란 피어나길 기다려본다. 한해를 눈처럼 덮으며 오래된 미래의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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