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 공연문화]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 대표 공연, 세계 무대서 꽃핀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공연장을 꼽는다고 하면 누구나 주저없이 ‘경기도문화의전당’을 꼽는다. 지방자치 출범 19년의 세월 속에서 전당은 지역문화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각종 공연과 축제는 물론 소외계층이 고급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올해는 전당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지 10돌이 됐다. 이에 지방자치의 역사 속에서 공연문화 발전을 위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짚어본다.

■ 지역 뛰어넘어 세계로 진출한 ‘화성을 꿈꾸며’ㆍ‘달하’

재단 출범 후 전당이 역점적으로 기획·제작에 나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낸 공연은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와 ‘태권무무 달하’가 대표적이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경기도의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과 이를 건축한 정조의 실학 정신을 소재로 한 경기도문화의전당의 대표 브랜드 공연이다. 경기도를 배경으로 한 우리 역사의 메세지를 담고 있는 역사 뮤지컬로, 2006년 7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09년 11월까지 전당은 물론 예술의전당과 목포, 부산 등지에서 총 53회의 공연을 통해 약 6만명의 관객을 만났다.

‘태권무무 달하’는 동양의 천지창조 신화와 고구려 고분벽화를 소재로 태권도의 기원과 변천과정을 상징적으로 소개해 태권도의 가치와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또한 한국 신화적인 모티브 속에서 시연되는 고난이도의 태권 퍼포먼스를 통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008년 초연 당시 7회 공연에 1만명에 이르는 관객이 관람했으며, 2009년에는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특별작으로 선정돼 국립극장에서 3일 공연 모두 매진행진을 기록했다. 이후로 미국과 중국, 일본, 호주 등지에서 공연이 진행돼 해외에 태권도와 전통무용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했다.

2009년 6월 열린 ‘주니어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는 전당의 위상을 한층 격상시켰다. 이 대회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비롯한 10명의 걸출한 국내 음악인이 발굴됐다.

■ 문화소외계층에 찾아가는 공연 및 예술교육

공연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 찾아오기 힘들거나 형편이 어려워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문화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그 시작이 바로 ‘모세혈관문화운동’이다. 이름 그대로 모세혈관이 온몸에 피를 공급하듯이 도내 31개 시·군의 읍·면·동까지 골고루 문화를 퍼뜨리는 것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시행된 모세혈관문화운동은 소외된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며, 계층간·지역간 화합과 공동체 의식 조성, 도내 전 지역의 균형 있는 문화발전을 도모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형화된 공연 틀에서 벗어나 사전에 미리 수혜자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해 주민들이 공연 내용을 선택하면 그에 맞춰 공연 내용을 기획해 진행됐다. 이같은 프로세스의 변화는 그동안의 주입식 공연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 공연’을 가능케했다.

또한 문화 수혜자가 거주하는 읍·면·동 지역의 마을회관이나 사회복지시설, 학교, 군부대, 교도소 등의 회의실이나 강당 등 생활공간을 공연장소로 활용하는 출연진 20여명 안팎의 소규모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개발해 공연의 기동성과 유연성을 높이고 공간 제약 요인을 최소화했다.

모세혈관 문화운동은 특히 문화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기 북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학생과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공연관람을 포기하고 살던 이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와 활력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농촌지역 분교와 저소득층 자녀들의 예술적 소양을 길러주는 ‘경기예술교육 멘토 프로그램’도 문화사각을 채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경기도립예술단 소속 단원들을 도내 문화 소외지역 초등학교와 공부방, 특성화 학교에 파견해 예술 교육을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 공연장 중심의 공연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의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한 이들 사업은 현재 전당이 실시하고 있는 찾아가는 문화공연 사업인 ‘아츠 해비타트(Arts Habitat)’와 ‘경기-삼성 드림 어린이 합창단’의 모태가 됐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인터뷰>  손혜리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모두가 선망하는 특별한 공연 만들고 싶어”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만 볼 수 있는, 전당만의 공연을 하고 싶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의 10주년을 책임지고 있는 손혜리 사장은 ‘롤모델’을 꼽아달란 질문에 독일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거론했다. 독일에서 열리는 바그너를 기리기 위한 축제다. 전세계의 바그너 마니아들이 몰려들어 티켓 판매가 시작되는 순간 매진될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참가하려면 무조건 독일의 바이로이트 극장에 가야만 한다. 거기서만 볼 수 있는 공연. 한 분야에 깊이 천착하면서도 모두가 선망하는 공연. 전당에도 그런 공연이 필요하다는 게 손 사장의 생각이다.

지난 2010년 사장으로 부임한 그가 고민해온 것도 전당의 구심점이었다. 그 결과 천지진동·피스앤피아노 페스티벌이 탄생했다.

“축제라면 어떤 의미와 개념에 집중하는 것이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전통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깨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려한 게 천지진동 페스티벌이고, 문화예술을 다루는 공간으로서의 전당이 가진 전문성을 끌어내기 위해 기획한 게 피스&피아노 페스티벌이었어요”

그는 전당의 미래를 열어갈 주체로 경기도립예술단을 꼽았다.

“다른 극장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 훌륭한 예술단을 갖고 있다는 점인데, 도립이란 틀 안에 묻힐 수 있는 예술단 구성원 각자의 역량을 그대로 표출할 수 있는 축제를 열 것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 도의 출연금이 갈수록 줄어드는 재정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손 사장은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한다. 손 사장은 “지난해 ‘경기-삼성 드림합창단’ 음악회에 앞서 삼성의 2억7천만원에 상당한 지원을 받기 전에도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며 “가치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가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력해오게 된다”고 말했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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