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원·엔환율 장중 1천원선 붕괴 ‘경영타격’ 토로 전체 수출 호조 속 ‘출혈’ 극심… 도내 전년比 13.2% ‘뚝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도내 일본 수출 중소기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엔저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영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외환시장에서 원ㆍ엔 환율은 장중 한때 1천 원 선이 붕괴되면서 999.62원까지 하락했다. 원ㆍ엔 환율이 1천 원대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08년 9월(999.68) 이후 5년3개월여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양적 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2~3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땅한 대비책이 없는 도내 중소수출기업들은 “엔저 피해를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수출을 해도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거나 출혈수출을 면치 못하게 돼 경영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양적 완화가 시작된 지난해(1~11월) 경기도의 대일 수출은 433만 2천10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줄었다. 같은 기간 도내 전체 수출이 15.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감소세다.
용인시 처인구의 A제조회사는 지난해 일본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엔저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지난 2012년 1천300~1천400원에서 움직이던 원ㆍ엔 환율이 지난해 1천 원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똑같은 제품을 수출하고도 제품 대금을 결제할 시 입금되는 돈이 3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A사 대표 이모씨는 “올해 수출이 승승장구할 거라며 다들 들떠 있지만, 일본 수출기업들은 사실상 올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면서 “정부는 계속해서 수출 다변화 등 기업체에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말하고 세계 금융당국의 양적 완화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올해 엔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 대부분은 환율에 대비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5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최근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소·중견기업의 77%가 환율변동 위험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이진호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장은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경제 회복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예상되지만, 엔화약세로 도내 관련 수출 기업들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엔저 현상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환변동 보험 가입과 수출 다변화, 신상품 개발 등 여러 대책을 세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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